김원일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새해다. 원래 이맘때는 시끌벅적하고 분주한 분위기로 마음이 들뜨는데, 나날이 쏟아지는 뉴스와 얼어붙은 경기가 몸과 마음을 더 우울하고 춥게 만든다. 요즘은 스트레스에 의한 위장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다양한 생리적인 변화를 겪는데, 그중 하나가 위장 기능의 변화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위염 발생 위험을 50%나 높이며,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켜 장 건강을 해친다.
스트레스는 왜 위장 건강을 해칠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에 맞서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의 과다는 소화액 분비를 늘려 속 쓰림을 유발하고, 장의 연동 운동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위장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에 의한 대표적인 위장질환이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위궤양도 유발한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가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 기운의 울체로 위장의 운동을 방해해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소화불량, 속 쓰림, 명치 답답함 등을 유발하는데, 이를 간울기체(肝鬱氣滯)형이라고 한다.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비장과 위장의 기능을 약하게 만들어 소화력 저하, 식욕부진,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는데 이를 비위허약(脾胃虛弱)형이라고 한다.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모두 허약해지면 불안, 초조, 불면증과 함께 소화불량, 설사 등의 위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심비양허(心脾兩虛)형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체질과 증상에 맞춘 다양한 치료법으로 스트레스에 의한 위장질환을 치료한다. 위장 기능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한약을 처방하고, 침과 약침 치료로 합곡 족삼리 중완과 같은 경혈을 자극해 소화 기능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뜸은 몸의 기운을 보강하고 소화 기능을 향상시킨다.
식이나 생활습관의 개선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바로 식사하는 것은 피하고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고, 찬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따뜻한 생강차, 대추차는 속을 데워주고 소화를 돕는다. 겨울철에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하루 몇 분씩의 명상과 깊은 호흡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주변 사람과 소통하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심리적인 어려움이 크다면 상담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위장질환은 삶의 질을 저해할 수 있다. 무분별한 소화제의 복용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위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증상이 지속한다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