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환절기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재채기가 나고 코가 간질간질하면서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특정한 항원에 대해 코 점막에서 면역반응이 과민하게 일어나는 것이 원인인데, 알레르기 반응으로 말미암아 코 막힘이 오래되면 합병증으로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두염 등이 발생할 수도 있어 빠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면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을 모두 찾아 제거하거나 피할 수 있을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은 집 먼지 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꽃가루 등등 여러 가지이지만, 이 항원들을 주변에서 모두 제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주변에서 100% 제거하더라도 살면서 언젠가는 다시 마주하게 되고 알레르기반응을 겪어야 할 것이다. 비강 스테로이드제나 항히스타민제를 써 보아도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뿐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알레르겐(항원)에 대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내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반응은 항원과 접촉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면역기능이 민감해지게 만드는 ‘간접적인 요인’(나쁜 식습관, 수면부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직접적인 요인’(꽃가루, 개털 등)과 접촉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것보다 간접적인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있다.
알레르기는 식습관과 관계가 많은데, 알레르기에 가장 해로운 것은 다름 아닌 차가운 음식이다. 한의학에서 알레르기 비염은 폐의 기운이 허한(虛寒)해진 것으로 보는데, 차가운 음식은 몸을 더 차게 만들어 폐 기능을 약화시킨다. 몸 중심부에서 코끝까지 기운을 퍼트리는 폐기능이 떨어지면 비강 내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콧속의 점막은 메말라가면서 비염에 취약한 환경이 된다.
비염에 좋은 음식으로는 대추가 있다. 대추는 사포닌이 풍부해 코 점막을 강화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항염증작용을 하고 말초순환을 돕는 생강 양파 마늘 파도 면역체계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수면습관도 중요하다. 잠을 못 자면 확실히 증상이 심해지므로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운동도 비염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열이 많은 열성 체질이라면 땀을 흘리며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실내자전거나 달리기 운동을 권장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한성체질은 등산이나 스쿼트 등 땀으로 체온이 뺏기지 않는 체력증진운동을 권장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뭇잎이 시들었다고 해서 나뭇잎만 치료해서는 안 되고 뿌리를 치료해야 하는 것처럼, 비염도 단순히 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짐으로써 나타나는 많은 증상 중 하나이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몸 전체를 보고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