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한의사로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이러한 질문을 받고 응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한약에 관해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오해 사례가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이다. 한약재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 약재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수백만, 수천만 가지의 처방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모든 처방을 ‘한약’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서 마치 동일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듯 말하는 것이 한의사의 처지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 예를 들면 쌀 깻잎 상추 도라지 미역 다시마 꿀 미나리 등은 모두 실제로 한약에 사용되는 약재이다. 한약 치료는 우리가 먹는 음식처럼 자연에서 자란 식물성 재료의 ‘약성’을 이용하는 까닭에 부작용이 가장 적고 순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 야채는 많이 먹어야 된다는 생각은 하면서 식물성 재료인 한약은 간에 좋지 않다는 정반대의 누명이 씌워졌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달 전 67만 명이 넘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최신 연구에서 ‘한약은 간 독성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단국대학교 교수팀이 67만241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 의료기관을 통한 한약 처방이 ‘약물 유발 손상(DILI)’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한의 의료기관에 내원했거나 한약 처방을 받은 후 90일 이내에 약물 유발 간 손상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으며, 특히 외래 환자 군에서는 위험도가 1.01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반대로 양약을 처방받은 경우에는 위험도가 2.44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예전에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고 주장한 연구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전에 진행된 한약의 간 독성에 대한 연구들은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한약이 아니었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 인증을 받지 않은 식품용 한약재, 약초, 건강보조식품 등을 모두 한약에 포함해 연구를 진행했으므로 오류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최신 연구에서는 한방 의료기관에서 진찰과 처방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만 연구한 까닭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약재의 종류와 성분, 효능은 굉장히 다양하다. 이 때문에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복용한 건강보조식품이나 한약재는 당연히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진찰해 처방한 한약은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잘못된 인식이 바로잡혀가는 것 같아 반갑고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한약 치료를 선택할 권리는 모든 환자에 있다. 한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근거 없는 폄훼로 환자의 한약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거나, 이미 한약 치료를 받는 환자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앞으로도 한약의 효능, 부작용에 대한 질 높은 연구가 많이 시행되어서 한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