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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혈 순환 막는 관절염 약침 등 치료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04-22 (화) 10:17 조회 : 12


조성우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척추관절센터 교수

“요즘은 계단만 보면 돌아가고 싶어요. 예전엔 등산도 자주 다녔는데 무릎이 너무 아파서….”

60대 초반의 B 씨는 평소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던 이였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무릎 안쪽이 욱신거리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통증이 심해져 결국 한방병원을 찾았다. 앉았다, 일어설 때 ‘뚝뚝’ 소리가 나고, 오래 걷다 보면 무릎이 붓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진단 결과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관절을 보호해주는 연골이 점차 닳고,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며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흔히 노화의 결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무리한 운동, 과체중, 반복된 무릎 사용, 다리 정렬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최근 40~50대 중년층에서도 관절염 초기 증상을 호소하는 예가 많다.

관절염의 치료법은 여러 가지다. 양방에서는 소염진통제나 주사 치료를 통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심하면 인공관절까지 고려한다. 물리치료나 근력 강화 운동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는 약을 끊은 뒤 통증의 재발과 진통제의 소화장애 문제를 겪는다.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면 간이나 위장 신장 기능에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관절염을 몸 전체의 순환과 면역, 기혈의 흐름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한다. 급성 통증뿐만 아니라 염증의 원인을 조절하고 관절의 노화를 늦추며 재발을 줄이는 데 치중한다. 한의학에서는 관절염을 ‘비증(痺證)’이라고 한다. 바람 한기 습기 등이 관절에 침입해 기혈 순환을 막고 통증을 일으킨다고 본다. 하지만 외부 환경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내 면역력과 순환,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염증과 통증이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관절 기능 유지와 악화를 늦추는 치료에 중점을 둔다. 이는 다음과 같다.

침 치료로 통증 부위 기혈 순환을 도와 뭉친 근육을 풀고 염증을 완화한다. 약침 요법은 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약물 성분을 무릎 관절 주변에 직접 주입, 치료 효과를 높인다. 추나요법으로 골반과 다리의 정렬을 바로잡아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인다. 한약 처방으로 관절을 강화하고 염증을 줄이는 체내 환경을 만들어준다.

관절염은 ‘속도 조절’이 핵심이다. 퇴행성 변화의 진행을 가능한 늦추고, 통증 없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쪼그려 앉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무릎에 무리를 주는 활동을 줄인다. 살이 빠지면 무릎이 확실히 편해진다.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면 무릎의 부담이 줄어든다. 아침에 뻣뻣한 느낌이 있을 땐 온찜질이 좋다. B 씨는 꾸준한 치료와 함께 평소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하면서 한 달쯤 지나자 무릎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예전처럼 산을 오르지는 못해도, 다시 산책을 즐긴다.

관절은 쓰면 닳지만, 관리하며 잘 쓰면 오래 간다. 통증을 방치하지 말고, 관절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한방치료를 같이하면서 아껴 써야 한다. 내 몸이 왜 아픈지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