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단백질만 많이 먹으면 건강할까. 요즘 건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단백질이다. 헬스장을 다니는 젊은 층부터 기초체력을 챙기려는 중·장년층까지 모두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는 단백질 보충 음료 과자,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단백질이 근육과 피부 호르몬 효소를 만드는 중요한 영양소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다 보면, 단백질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예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단순한 믿음으로 닭가슴살과 보충제로만 하루를 해결하다가 소화불량이나 변비로 내원하는 예를 흔히 본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음식은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장부를 움직이는 기운으로 작용한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흡수되지 못하고 체기가 되면서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평소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잘 차는 사람, 설사가 잦은 체질이라면 단백질 보충제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결국, 단백질만 강조하는 식단은 균형을 잃게 되고, 몸의 기혈음양 조화와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단백질을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소화력이 좋은 사람은 단백질 반찬을 충분히 섭취하되 곡물 채소 발효식품과 함께 먹어야 흡수가 잘 된다. 위장이 약한 사람은 양을 줄이고 소화가 쉬운 상태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닭가슴살은 푹 삶아 부드럽게 먹고, 두부나 생선 같은 부드러운 단백질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콩 견과류 해조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도 체질에 따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기름진 육류보다 콩·어류 중심으로, 몸이 냉하고 허약한 사람은 닭·양·소고기 같은 온성(溫性)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다.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단백질을 챙기는 것 만큼 소화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주 조언한다. 아무리 좋은 단백질도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까닭이다.
한의학에서 비위는 기혈의 근본이라고 했다. 비위가 튼튼해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제자리를 찾아 몸을 살찌우고 기운을 북돋운다. 이를 위해 따뜻한 음식 섭취, 규칙적인 식사, 과식 피하기 같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 맥아차 생강차 같은 한방차는 소화를 돕는 좋은 보조 수단이 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단백질은 ‘얼마나 먹느냐’보다 ‘언제, 어떻게 먹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아침부터 일정량을 섭취해 대사를 깨우고, 운동 직후에는 소화가 빠른 단백질을 소량 보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때를 맞춰 먹는 것’과 통한다.
결국, 단백질 열풍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몸에 맞는 균형이다. 단백질은 분명 좋은 영양소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건강을 설명할 수는 없다. 체질과 소화력, 생활습관에 맞게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의학은 그 균형을 찾는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며, 균형이 있을 때 비로소 건강과 활력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