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The Lancet’에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의 새로운 명칭으로 ‘다내분비-대사성 난소증후군’(Polyendocrine Metabolic Ovarian Syndrome· PMOS )을 제안하였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단순히 질환명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이 질환의 본질을 더욱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Polyendocrine’은 여러 내분비 축의 이상을, ‘Metabolic’은 대사 이상과 인슐린 저항성을 의미한다. 즉, 더는 이 질환을 단순히 난소의 형태학적 문제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전신적인 관점에서 이해해 왔다. 전통적으로는 생식 기능의 근본적인 허약 상태를 신허(腎虛)로 보고, 비만이나 무월경, 월경불순과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그 표현으로 이해하였다. 또 모든 환자를 동일하게 치료하지 않았다. 어떤 환자는 비만과 담습이 중심이 되고, 어떤 환자는 스트레스와 불면이 심하며, 또 다른 환자는 만성 피로와 허열 증상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허형, 담습형, 간울형, 습열형 등으로 변증하여 접근해 왔다.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한 환자 역시 그러했다. 이 환자는 전형적인 다낭성난소증후군 양상을 보였다. 환자는 “억지로 생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배란과 월경이 회복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체중 증가와 무월경이 핵심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문진해보면 쉽게 식은땀을 흘리고, 잠을 깊게 자지 못하며, 가슴 두근거림과 만성 피로를 반복적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맥이 가라앉고(沈) 가늘고 약한(細弱) 양상을 보였으며, 전반적으로 신허, 그중에서도 음허(陰虛) 경향이 두드러진 상태로 판단되었다. 이에 음허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였고, 2개월 후 자연 월경이 회복되었다. 이후 3차례 정상 주기의 월경이 이어졌다. 환자는 초경 이후 지속적으로 월경이 불규칙했고, 직장생활 이후에는 무월경이 반복되면서 “평생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고 털어놓았다.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이 ‘생리만 나오면 치료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월경 상태를 오래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출혈을 유도하는 것과 정상적인 배란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최근 제안된 PMOS라는 개념을 따져보면 이 질환은 단순히 난소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과 대사 기능까지 연결된 전신 질환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질환의 이름이 바뀌면 치료에 대한 관점도 바뀐다. ‘생리를 하게 만드는 치료’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몸이 스스로 배란하고 월경할 수 있는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월경은 단순히 ‘매달 하는 출혈’이 아니다. 여성의 호르몬 상태와 대사 건강, 전신 컨디션을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다. 따라서 무월경을 ‘생리를 안 해서 편하다’ 정도로 여기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무월경은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대부분 더욱 적극적인 관리와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최수지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