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총 게시물 330건, 최근 0 건
   
멈추지 않는 기침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9-30 (화) 09:47 조회 : 472
[남우진 삼세한방병원(한방내과 전문의) 진료과장]

폐 지키는 파수꾼…객담 배출에 한약 도움 -

'콜록 콜록' 기침은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감기에 걸린 뒤 기침 때문에 밤잠을 설친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통 감기로 인한 기침은 대부분 3주 이내에 저절로 그친다. 그래서 반복되는 기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침은 외부에서 세균, 가스 같은 이물질 등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이미 기도로 침입한 이물질들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기도 분비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즉 기침은 외부 병사(病邪·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에 저항하는 자연스러운 기전이며 일반적으로 3주 이내에 이러한 과정을 끝내고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외부 병사를 이겨내지 못할 만큼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직업적, 환경적 요인으로 계속해서 외부 병사에 쉽게 노출되는 경우 기침은 만성화되고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기관지염, 천식, 폐기종 등 만성 호흡기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한의학적 치료는 안팎으로 환자의 면역력, 즉 정기(精氣)를 북돋아줌으로써 인체 스스로 외부 병사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호흡근은 흉곽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폐가 호흡활동을 하게 만드는 근육이다. 기침을 할 때마다 이러한 호흡근들은 조금씩 손상을 받게 되고, 기침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손상된 호흡근들 때문에 호흡활동이 온전히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부(中府), 운문(雲門), 욱중(彧中)혈(穴) 등은 호흡근들이 쉽게 손상을 당하는 곳이다. 여기에 진액(津液·영양, 윤활작용을 하는 체내 정상적인 수액)을 공급해 주는 여러 약침(藥鍼)을 주입하면 호흡근들이 기능을 회복하면서 외부 병사와 맞설 수 있는 힘이 커지게 된다.

기침이 만성화되어 만성 호흡기질환으로 진행되면 기관지 이하 폐의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염증 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진액이 소모된다. 윤활 작용을 하는 진액이 소모되면서 염증반응은 더 많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늘어난 객담(가래)이 기도를 막으면서 호흡활동을 원활히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때에는 환자의 병증과 체질을 진단해 그에 맞는 한약치료로 진액을 보해 주거나 객담 배출을 도와줌으로써 스스로의 호흡 기능이 회복되면 염증 반응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또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들은 정기를 북돋아주는 한약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자가 회복력을 높여준다.

기침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외부 병사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고마운 자연 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침은 폐를 지키는 파수꾼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치료를 받으면 어느 순간에 기침은 당신 곁을 떠나있을 것이다.


2014. 07. 15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