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에 총 12곳 네트워크 병원 - 대학병원 빈틈 메우는 의료제공 - 의료인·기업인으로서 책임 절감 - 직원복지와 교육, 사회공헌 중요
은성의료재단(이하 재단)의 ‘좋은병원들’ 가운데 좋은삼선병원이 올해 개원 30주년을, 좋은강안병원이 개원 20주년을 각각 맞았다. 현재 재단에는 종합병원 5곳, 요양병원 7곳 등 12곳의 네트워크 병원이 있다. 이는 재단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구정회 재단 회장을 만나 그의 경영 철학과 지역 의료 환경 전반에 관해 들어봤다.
구정회 회장은 한국이 지난해 1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초과)에 진입한 사실을 거론하며 “새로운 숙제가 있다. 장수의학이라든지 예방의학이라든지, 건강관리 산업이라든지, 이런 새로운 영역이 우리에게 달려온다. 이를 어떻게 충실하게 준비하느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다음은 구 회장과의 일문일답.
■ “시민에 좋은 일 하는 좋은병원들”
-좋은병원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은성의료재단 구정회 회장이 ‘좋은병원들’ 관련 경영 철학과 지역 의료 환경 전반에 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은성의료재단 제공
▶부산에 있는 좋은병원들의 전문의 수는 부산대병원보다 많다. 좋은병원들은, 대학병원이 맡는 고난도의 질병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민이 기대하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좋은병원들이 시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병원이니까, 먼저 저희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한테 만족을 주고 신뢰를 주는 기본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병원이든, 기업이든 크게 네 가지 책임이 있다. 하나는 경제적인 책임이다. 월급을, 자재대금을, 세금을, 모두 제 날짜에 주고 내고 해야 한다. 그 다음은 법률적인 책임이다. 의료법을, 노동법을, 여러 가지 우리를 둘러싼 법을 잘 지켜야 한다. 그 다음은 도덕적인 책임이다. 의사로서, 사회인으로서, 하나의 기업으로서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 앞서 세 가지는 필수적인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책임이 사회공헌이다. 재단 직원들이 급여에서 조금씩 떼내 조성한 3억 원가량 기금으로 작지만,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좋은문화병원 직원의 복지를 위해 사내근로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동호회 지원, 주택자금 대출, 복지카드 운용 등을 맡는다. 좋은강안병원과 좋은삼선병원도 준비 중이다. 또 사회복지법인도 하나 만들 작정이다. 사회복지법인은 의료와 밀접하다.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여력이 있으면 문화재단 설립도 생각 중이다.
■ “노인 의료, 홀대하는 시각 안 된다”
-대학병원들이 전공의 파업 여파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취과 담당이 모자라 당장 급한 로봇수술 외에는 1년씩 수술 일정이 밀렸다는 얘기도 있다.
▶대학병원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수단으로 진료가 존재하는 게 맞다. 지금은 거꾸로 진료가 1등이고 연구와 교육은 없다. 결국, 대학병원이 진료에 집중하다 보니까 레지던트나 학생들이 교수에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의료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게 가장 합리적이냐를 놓고 오랜 기간 숙의를 거쳐 실천에 옮겨야 한다. 20년, 30년 걸리는 과업이다. 그런데 정부가 ‘의사 2000명 증원’만 들고 나오니 일이 꼬일 수밖에 없다. 의사 증원은 맞는 말인데, 이것만으로 다 고칠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이 고쳐야지. 그러니까 비판을 받는 거다.
-재단 직원들에 친절과 절약, 청결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나는 병원이 교육사업이라고 여긴다. 그 연장선에서 친절 절약 청결을 강조한다. 과거 일본에 다녀보니 배울 게 많더라. 당장은 어렵겠지만, 친절하고 절약하고 청결하기만 해도 일본을 반쯤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직원들을 일본에 많이 보냈다. 한번 가서 보고 오라고.
-따로 강조할 것이 있다면 해달라.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30년에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30%, 2040년에는 40%가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출산률은 너무 낮다. 대한민국은 고령화라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 속에 의료가 있다. 현재 65세 이상 의료비가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든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나라마다 고민이다. 일본은 계속 버티는 중이고, 유럽은 실패했다. 대한민국도 겉은 멀쩡한데, 내용은 실패다.
좋은병원들 역시 새로운 영역의 숙제가 있다. 장수의학, 예방의학, 노인 건강관리…. 우리 재단이 요양병원에 계속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이치다. 노인 건강관리 산업이 앞으로 의료의 주력 분야가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노인 관련 의료 자체가 홀대받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노인 의료에 관한 범국가적인 접근, 즉 관심 제고와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