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를 치료했는데도 몇 년 뒤 다시 다리가 무겁고 아프고, 혈관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럴 땐 ‘치료를 잘못 받은 걸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는 제대로 된 치료 이후에도 다시 생길 수 있는 ‘만성 정맥질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치료 후 혈관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가 재발을 만들어내는 예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하지정맥류 완치를 위해서는 ‘한 번의 치료’에서 끝나지 않고, ‘치료 후 장기검진’도 치료의 일부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 김병준 대표원장의 도움말로 하지정맥류의 재발과 치료 등에 관해 알아본다.
김병준 레다스흉부외과 김병준 대표원장이 비수술적 주사치료인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김병준 레다스흉부외과 제공
■ 하지정맥류 재발하는 진짜 이유
예전에는 하지정맥류가 재발하면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문제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했거나, 완전히 치료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하지정맥류 치료 후의 연구와 임상 데이터 축적을 통해 재발이 치료상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된다.
하지정맥류 재발의 원인에 대해 2022년 유럽 하지정맥류 임상진료 지침은 ▷부정확한 진단 ▷불충분한 치료 ▷신생혈관 생성 ▷혈관 재개통 ▷새로운 혈관의 병적 진행 등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이 가운데 신생혈관 생성과 재개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치료가 적절했더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 역류를 일으키는 생물학적 변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재발의 원인 중 신생혈관 생성과 치료한 혈관의 재개통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사 바소룸(Vasa vasorum)’이다. 이것은 혈관벽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으로, 일명 ‘혈관의 혈관’으로 불린다.
신생혈관 생성은 치료 부위 또는 연결 부위에서 미세혈관이 확장되며 새로운 혈관이 형성되고, 이 혈관이 다른 혈관과 연결되면서 혈액의 역류, 즉 재발로 이어진다. 재관통의 경우 폐쇄된 혈관벽에 있던 바사 바소룸이 신생혈관을 형성한 후 시간이 지나 가느다란 통로 형태로 재관통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환자에 하지정맥류의 재발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재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가장 먼저 가족력이 꼽힌다. 선천적으로 혈관이 약하다면 발병 자체도 쉽고 치료 후 재발 위험 역시 크다. 또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있는 직업처럼 다리 정맥에 지속해서 부담을 가하는 생활 환경과 비만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 치료 후 1∼2년마다 초음파 검사
하지정맥류 재발은 치료 직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예가 적지 않다. 따라서 치료 이후에도 혈관 상태를 추적하는 장기검진이 재발 관리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는 2009년부터 치료 후 1∼2년에 한 번 혈관 초음파 검사로 재발 가능성을 추적·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음파 검사에서 비정상적인 혈류가 관찰되면 외래 치료로 병적 진행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미 하지정맥류가 재발했다면 첫 치료보다 정밀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재발성 정맥류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병적 혈관의 발달 역시 잔가지 형태로 이루어지는 예가 많다. 또 과거 치료 부위의 흉터 및 유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에 다시 절개하는 방식은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재발 치료의 대안 중 하나로 자리 잡는 것이 비수술적 주사 치료인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이다. 초음파로 문제 혈관을 보면서 거품 형태의 혈관경화제를 주입해 혈관을 폐쇄하는 방법이다. 피부 절개나 마취 없이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어 수술 고위험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혈관의 직경에 따라 약물의 농도와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재발성 정맥류, 특히 잔가지 형태로 발달한 경우에도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준 원장은 “재발성 하지정맥류는 처음보다 병변이 더 복잡하고, 혈관이 잔가지 형태로 퍼져 있는 예가 많아 더욱 정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특히 재발은 치료 직후가 아니라 수년 뒤 나타나는 예가 많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 후 정기 초음파 검진을 통해 이상 혈류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1∼2년에 한 번 혈관 초음파를 확인하고, 필요 시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로 병적 진행을 초기에 차단하면 장기적으로 다리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