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진행되면 말기콩팥병으로 - 말기 이르면 혈액투석 등 불가피 - 당뇨 있다면 콩팥기능 확인 필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소아청소년 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지만, 고령 인구는 빠르게 증가한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는 단순한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넘어, 주요 만성질환의 유병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동병원 김민지 교육수련부장(신장내과 전문의)이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대동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당뇨병 진료 현황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19∼2023) 당뇨병 환자 수는 18.7% 증가했다. 2023년 기준 70대(21.79%), 80대 이상(18.46%), 60대(16.40%) 순으로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당뇨병은 혈당 조절에 그치는 질환이 아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미세혈관과 장기에 손상을 일으켜 콩팥병, 신경병증, 심혈관질환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만성 합병증 중 하나가 바로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이다. 적절한 관리가 안 돼 질환이 진행되면 말기콩팥병으로 이어져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해지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동병원 김민지 교육수련부장(신장내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에 관해 알아본다.
■ 만성콩팥병의 주된 인자는 ‘당뇨’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2024년 우리나라 신대체요법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말기콩팥병 환자는 13만7705명이다. 이 중 당뇨병이 원인인 예가 무려 45.9%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 외 고혈압 22.2%, 사구체신염 10.5%, 낭성 신질환 1.8% 등이 뒤를 이었다.
당뇨병이 있다면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적인 고혈당은 콩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에 과부하를 일으켜, 사구체 내압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그 결과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점차 단백뇨가 나타나게 된다. 사구체 손상이 진행되면 콩팥의 여과 기능은 점점 저하되며 결국, 말기콩팥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당뇨병성 만성콩팥 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환자는 소변 검사에서 소량의 단백질(미세알부민)이 검출되면서 진단을 받는다. 질환이 진행되면 단백뇨 양이 증가하고 피로감 부종 야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후기 단계에서는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상승하고 사구체여과율(GFR)이 감소하며 고혈압 빈혈, 심한 부종 등을 동반한다. 질환이 말기에 이르면 혈액투석 복막투석 또는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불가피하게 된다. 신대체요법은 콩팥 기능을 인공적으로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치료법으로, 노폐물 제거, 전해질 균형 유지, 수분 조절 등 콩팥이 수행하는 주요 기능을 대신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치료로,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된다.
■ 정기검진 통해 콩팥 기능 ‘점검’을
2023년 말기 콩팥병 환자의 신대체요법 현황을 살펴보면, 혈액투석이 80.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분포는 환자의 연령, 전신 상태 및 기저 질환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복막투석은 자택에서 자가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의 유연성이 높지만, 당뇨병 환자는 복막 기능 저하와 감염 위험 등으로 복막투석 적합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 상당수의 환자가 고령이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해 신장이식이 어려운 예도 많다.
반면 혈액투석은 병원 내에서 의료진에 의해 체계적으로 시행해 안정성과 감시체계가 뛰어나며, 효율적인 노폐물 제거와 감염 위험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주 2∼3회 병원 방문이 필요하며, 1회당 4시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환자의 일상생활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대동병원 김민지 부장은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수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콩팥을 포함해 전신 건강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특히 당뇨병성 콩팥병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적인 검진 없이는 조기 발견이 어려우므로 정기검진을 통해 콩팥 기능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당 혈압 콩팥 기능을 확인하고, 당뇨병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다면 주치의를 통해 관리하도록 한다. 진통제(NSAIDs)나 건강기능식품, 한약 등은 콩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치의 상담 후 복용하도록 한다. 또 금연 절주는 기본이며, 짠 음식, 가공식품,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대사 건강 및 적정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당뇨병과 콩팥병 예방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