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연구결과 발표…제균치료 50세 이상 女 큰 효과
70대 여성 A 씨는 최근 도시철도 계단을 내려서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넘어져 왼쪽 고관절에 골절상을 입었다. 응급 고관절 수술로 위기를 넘긴 A 씨는 입원 중 종합검진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위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검출됐다며 약 처방을 권했다. 헬리코박터는 위암을 일으킬 수 있지만, 무엇보다 골다공증의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의사는 강조했다.
최근 위장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뼈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를 제거하는 치료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에 그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은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김예진·최용훈·공성혜 교수 연구팀은 같은 병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받은 성인 846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최대 20년(평균 10년)간 추적 관찰·연구한 논문 ‘성차기반 소화기계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을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최근 발표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116명)의 골다공증 발생율이 34.5%였지만, 성공적으로 제균한 그룹(730명)은 24.5%에 그쳐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29%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참여자에서 제균 치료의 예방 효과가 더욱 뚜렷했으며, 50세 이상 여성 참가자에서는 가장 높은 효과가 확인됐다. 남성은 제균 치료 여부와 골다공증 예방 사이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골다공증은 국내 50세 이상 여성의 37.3%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균 유무가 왜 골다공증 위험도의 증감과 관련 있을까. 헬리코박터 감염은 위염과 궤양뿐만 아니라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실제로 장기간에 걸친 제균 치료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온병원 척추관절센터 장의찬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가 뼈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폐경 후 여성은 1, 2년마다 건강검진 시 골밀도 검사를 받아 뼈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면서 ▷걷기, 계단 오르기 같은 체중 부하 운동 ▷근육 강화와 척추 신전 운동 ▷낙상 예방 위한 균형·유연성 운동 등 규칙적인 운동도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온병원 척추관절센터 윤성훈 진료원장은 “뼈 건강은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정기검진, 생활습관 관리,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등 종합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