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식의학 정보교류·인문적 통찰 - 항암치료 전 난자동결 메인 주제 - 부산시 등 지자체 지원도 본격화
지난 23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세화병원 주최로 ‘세화아카데미 2025: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임신과 출산, 생식의학 전반에 걸친 최신 정보와 깊이 있는 통찰을 나누는 자리다. 올해 주제는 ‘항암·방사전 치료 전 가임력 보존 방안과 난자동결보전 지원사업’이다. 섹션별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23일 열린 ‘세화아카데미 2025’에서 김훈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세화병원 제공
■ ‘계획적 난자 동결’ 급격한 증가세
▶항암치료 전 여성을 위한 가임력 보존 방안의 선택(김훈·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난소의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한다. 항암 치료를 하면 더욱 감소한다. 그런데 항암 치료 전 환자는 의사로부터 “굳이 난자까지 얼려야 하겠느냐?” “꼭 아기를 가져야 하느냐?”와 같은 말을 종종 듣기까지 한다.
시험관 아기(체외수정) 시술은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배란 유도 후 난자 채취 ▷남성 정액 속 건강한 정자 채취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키고 배양 ▷자궁에 수정란 이식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경우에 따라 난자나 배아의 동결(냉동보존)을 택하기도 한다. 난자를 저장·성장·배출(배란)하는 난소의 조직을 동결 보존할 때 생기는 문제는 ▷수술이 필요하고 ▷난소 기능이 돌아오면 ‘왜 난소를 뗐을까’라고 후회할 수도 있으며 ▷이식하더라도 난소 기능은 극히 일부만 돌아오는 데다 그 기능이 2.5년 정도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난자 동결에 대한 이해(정수전 세화병원 부원장)= 난자 동결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암 치료 성적의 향상과 생존율 증가에 따라 완치 이후 출산과 삶의 질을 고려한 결과다. 또 출산 시기를 선택적으로 결정하려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계획적 난자 동결’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계획적 난자 동결이 늘어난 데에는 결혼 연령대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나이가 들수록 원시 난포의 수는 급감하는 까닭이다. 10세까지 100만∼200만 개이던 원시 난포 수는 35세 때 30만∼50만 개로 뚝 떨어지면서 이후 가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국, 20대에서 30대 초반 사이가 가임의 최적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획적 난자 동결 시 비용은 어느 정도 될까. 통상 회당 300만∼400만 원이며, 연간 보관비용은 10만 원 선이다. 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계획적 난자 동결에 관해 윤리적 문제도 따른다. 막연한 믿음으로 임신과 출산을 늦출 수 있고, 건강과 금전적 희생을 감수했음에도 임신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또 고령 임신에 따른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동결보존 난자의 폐기와 관련된 생명윤리 문제도 불거진다.
■ ‘유리화 동결’시 해동 후 70% 생존
▶항암·방사선 치료 전 난자동결의 지원정책 현안(서지연·부산시의원)= 2023년 3월 ‘부산시 가임력보존지원조례’가 전국 최초로 제정됐다.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게 임신 출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신생아와 영유아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원하는 모자보건 정책을 양적 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난임 부부의 의료적 지원에 사각지대가 없게 지원하는 정책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상위법인 모자보건법 시행령이 일부개정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부산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울산시가 지난해 5월, 대전 대덕구는 지난해 12월 가임력보존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기초단체도 앞다퉈 나섰다. 부산 동래구(2024년 1월)와 서구(2024년 7월), 수영구(2024년 12월), 경기 용인(2024년 12월), 경기 성남(2025년 3월) 등도 가임력보존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임신율 향상을 위한 난자 동결보존(하아나·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 연구원)= 난자 동결 보존 기술은 높은 생존율과 임신율을 보이는,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성공은 주로 동결 시 나이와 난자 수량에 따라 달라지며, 지속적인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나은 결과가 기대된다.
난자 동결에서 ‘유리화(vitrification) 동결’(난자를 초고속으로 냉각시켜 얼음 결정 없이 유리 상태로 고체화하는 기술) 방법을 통해 70%의 난자가 해동 후 생존하며, 임신율은 신선 난자를 사용한 때와 비슷하다. 연구에 의하면 난자를 동결할 당시 나이와 저장된 난자 수가 임신율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와 상담할 때 이에 관해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옳다. 35세 이전에 난자를 동결하고 충분한 수의 난자를 저장하는 데 대한 이점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