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대장암 예방과 진단
- 가족력·잦은 음주 등 발병 원인- 초기증상 약해 뒤늦은 발견 많아- AI내시경 2~3㎜ 용종까지 색출최근 우리나라에서 20∼40대 ‘젊은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한 젊은 나이여서 증상이 없을 시 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예가 많다. 대장암은 흔히 50세 이상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한국은 젊은 연령대, 특히 20~40대 사이에서 대장암 발병률 상승이 두드러진다.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이는 세계 1위 기록이다. 웰니스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변창규 원장은 “젊은 대장암 환자는 초기 증상이 경미하거나 비전형적인 예가 많고 자가 진단이나 단순 증상 관련 방문만으로는 발견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 나이에 상관 없이 증상이 있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 AI 내시경의 모니터에 AI가 병변(검정색 동그라미 표시)을 잡아내고 있다. 웰니스병원 제공 |
■ 젊은 대장암, 조기 검진이 답이다
국가 대장암 검진 사업에 따라 만 50세 이상 국민은 매년 무료로 분변잠혈검사를 하며,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젊은 대장암 환자를 고려하면 이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건강검진 차원에서 40세 이상 성인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하고, 가족력이나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 30대부터도 검사를 권고한다. 특히 부모,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평소 혈변·설사·복통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더 이른 시점에서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검사 도중 발견된 용종을 바로 절제할 수 있어 대장암 예방 효과도 크다. 조기 검진은 발견과 동시에 치료·예방까지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역할을 한다. 웰니스병원 변창규 원장은 “대장암 예방은 결국, 선종성 용종을 얼마나 잘 찾아내고, 놓치지 않고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 번의 내시경 검사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장용종이 생기는 원인에는 유전적 요인과 복합적인 환경적 요인이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고령 남성의 대장용종이 발생빈도가 높다. 환경적 요인으로 붉은 육류나 동물성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섬유소 섭취가 부족한 경우 등 식습관, 비만과 음주 같은 생활습관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꼽힌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되는 용종 중 일부는 선종성 용종으로, 시간이 지나면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암성 병변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전체 용종의 20∼30%가 내시경 중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된다. 2∼3㎜의 작은 용종이나 평평한 용종, 대장 주름 뒤쪽에 숨어 있는 병변은 시야 확보가 어려우므로 놓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내시경 의사의 숙련도, 검사에 투입되는 관찰 시간, 환자의 장 준비 상태, 검사자의 피로도 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내시경의 질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다.
■ 놓치지 않는 ‘매의 눈’, AI내시경
최근 주목받는 해법이 바로 AI(인공지능) 내시경이다. AI내시경은 수십만 건의 실제 영상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검사 화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의심되는 병변 부위를 표시해주는 검사다. AI내시경의 장점은 명확하다.
먼저 작은 병변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2∼3㎜ 크기의 용종까지 실시간으로 찾아내 조기 대장암 진단에 도움을 준다. 또 검사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의사의 숙련도나 피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검사 결과의 편차를 줄여 균일한 정확도를 유지한다. 이와 함께 불필요하게 잘못 표시하는 예가 적고, 꼭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짚어 준다. 그래서 환자는 안심하고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혹시 놓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줄이고, 검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AI내시경이 의사를 대신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시경은 여전히 의료진이 직접 진행하며, AI는 보조자로서 작은 이상까지 찾아내 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험과 데이터가 만나 더 강력한 검사의 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더욱이 20∼40대 환자의 경우 ‘나는 아직 젊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젊은 층의 대장암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고, 나타나더라도 치질이나 단순 장염으로 착각하기 쉬워 조기검진이 더욱 필요하다. 변창규 원장은 “젊은 층일수록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인자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조기검진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