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피로·성기능 저하·무력감 등 - 삶의 질 떨어뜨리는 갱년기 증상 - 남성 호르몬 감소가 주요 원인 - ‘노화 아닌 질환’ 인식변화 필요 - 검진서 성 호르몬 수치 측정을
요즘 ‘테토남’과 ‘에겐남’과 같은 신조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목받는다. 테토남은 테스토스테론 특성이 높아 리더십이 강하고 전형적인 남성성을 보이는 이를 지칭한다. 에겐남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특성이 강해 감성적이며 섬세한 여성성을 보이는 남성을 일컫는다. 실제 호르몬 수치와는 별개로 성호르몬의 특성을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상에 반영한 것으로, 성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달리 중년 이후 남성에 나타나는 테스토스테론 감소, 즉 남성 갱년기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 생소하고 간과되기 쉬운 건강 문제로 남아 있다. 서영은 대동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의 도움말로 남성 갱년기에 관해 알아본다.
서영은 대동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대동병원 제공
■ 점진적 진행 男 갱년기, 증상 모호
갱년기는 성호르몬의 감소로 여러 신체적·정신적 증상이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 시기를 말한다. 흔히 폐경 이후 여성의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따른 증상이 주목받지만, 갱년기는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남성에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남성의 주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주로 생성되며, 남성의 2차 성장 발달과 함께 근육과 뼈 성장, 성기능, 인지 및 감정 조절, 대사 조절 등 남성 생리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사춘기에 급격히 증가한 뒤 노화 과정에서 고환 기능 저하와 함께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연구에 따르면 40대 이후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연 1.6%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는 노화 외에도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 환경적 요인과 당뇨, 비만, 특정 약물 등 다양한 요인이 테스토스테론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폐경으로 난소에서 생성하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부분 폐경 여성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서서히 진행되고 개인별 차이가 크므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남성 갱년기가 시작되면 만성적인 피로감과 함께 전반적인 활력 저하를 경험하게 되며, 근육량 감소와 더불어 복부 비만이 증가하는 등 젊은 시절과 현저히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 남성 성기능 저하가 동반되어 심리적 스트레스와 자존감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우울감 무기력 불안감 등 정서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공간 인지 능력 및 기억력 저하와 같은 인지 기능 장애 또한 종종 동반되어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서영은 대동병원 과장은 “남성 갱년기는 증상이 모호하고 개인차가 커서 단순 노화로 쉽게 오인된다. 따라서 남성 갱년기를 당연한 노화 증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환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40대 이후 남성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만성 피로, 우울감, 성욕 저하 등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면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건강검진 때 비뇨기계 항목 추가”
남성 갱년기 진단에서는 남성 호르몬 측정이 가장 중요하다. 오전 8시∼낮 12시 채취 기준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측정한다. 미국비뇨의학회 기준 300ng/㎗ 이하이며, 남성 갱년기 증상 설문지를 통해 갱년기 관련 증상이 뚜렷한지 평가한다.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배뇨장애 등 노화로 인한 비뇨기계 질환과 증상이 중첩될 수 있어 감별 진단을 위해 전립선특이항원(PSA), 전립선 초음파, 요속 검사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의료진의 판단으로 우울감, 근력 감소, 성욕 저하 등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전문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진행되며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부작용 관리가 필요하다.
남성 갱년기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주 3∼5회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다. 과체중은 대사 이상과 테스토스테론 감소에 영향을 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비타민D 단백질 아연 등 테스토스테론 합성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며, 포화지방 당 카페인 흡연 음주는 제한하는 게 좋다. 또 하루 7∼8시간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한다.
서영은 과장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 전반의 건강 상태와 함께 비뇨기계 항목을 추가해 전립선 및 테스토스테론 수치 등을 확인하며 비만 당뇨 등 대사성 질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통합적인 관리를 통해 남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광수 선임기자 i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