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률 50~70%대로 높은 편 - 항암·방사선 치료 등 경우라면 - 전문의 상담·진단 후 추진해야
여성 A(43) 씨는 남편의 희소 정자증으로 난임을 겪다가 2년 전에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10여 개의 난자가 채취됐다. 하지만 개인 사정과 건강 문제로 신선배아 이식은 진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채취 난자 중 5일째 배아(배반포)로 발달된 2개를 냉동 보존했다. 1년 후 몸 상태가 좋을 때 그 배아를 다시 이용(해동)해 이식하는 방법으로 임신에 성공했고, 결국 건강한 여자 아이를 낳았다.
난임 치료 분야에서 냉동배아 이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를 냉동 보존했다가 나중에 해동한 후 자궁으로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종전에는 신선배아 이식이 선호됐지만, 근래에는 냉동·해동 기술 발달과 함께 냉동배아 이식의 임신율이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난임 치료 전문인 세화병원(병원장 이상찬) 조무성 부원장과 김재명 난임의학연구소장의 도움말로 냉동배아 이식과 관련된 사항들을 알아봤다.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시술 과정에서 생성된 배아를 냉동 보존했다가 원하는 시기에 해동한 후 자궁으로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냉동배아 이식 방법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세화병원 조무성(산부인과 전문의) 부원장이 난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두 이식의 차이점
신선배아 이식은 난소 과배란 후 채취된 난자를 정자와 수정해 생성된 배아를 3~5일 배양한 후 해당 주기에 자궁내막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냉동배아 이식은 3~6일째 배아 중 우량 등급을 선별해 동결 보존한 후 임신을 원하는 시기에 해동해 이용한다. B(여·44) 씨의 경우 몇 차례 신선배아 이식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차선책으로 2차례 난자를 채취해 냉동배아를 모으는 방법으로 냉동배아 이식을 실시한 끝에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C(여·41) 씨도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난자를 채취했는데, 자궁내막이 얇은 문제로 신선배아 이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차후 자궁내막을 잘 조성해 냉동배아 이식으로 임신을 하게 됐다.
■ 배아 냉동의 주요 포인트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신선배아 이식을 하고 남는 배아를 냉동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이식 후 남은 배아의 질이 좋을 때 해당한다. 두 번째는 모든 배아를 냉동해 놓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과배란으로 인한 ‘난소 과자극 증후군’으로 합병증이 우려될 경우, 자궁내막 상태가 배아 이식에 적합하지 않을 때,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경우, 난소기능 저하로 난자 채취 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될 때,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미루는 경우, 항암 및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이다. 동결 배아를 이식하는 과정은 ‘자궁내막 컨디션 점검, 냉동 배아 해동, 해동된 배아의 자궁 이식’ 순으로 이뤄진다. 환자의 상태 및 배아 발달 단계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이식 날짜가 달라진다.
■ 냉동배아의 임신율
신선배아 이식 때는 과배란 주사로 자궁 내 호르몬 수치가 과도하게 높은 환경에서 배아 이식이 진행돼 착상에 방해를 줄 수 있다. 반면 냉동배아 이식은 자연 주기의 호르몬 상태이거나 최적의 자궁내막 상태를 조성한 후 이식한다. 상태가 좋은 배아만을 골라 냉동을 하며, 주로 5~6일 배양에 성공한 배아를 냉동하기 때문에 임신율이 높아진다. 특히 배아 냉동기술인 ‘유리화 동결법’의 발전으로 냉동배아를 해동하는 경우에도 90% 이상 배아의 생존성이 확보되고, 자궁내막이 최적인 상태에서 이식이 이뤄진다. 임신 확률은 신선배아 이식에서 약 40~50%이고, 냉동배아 이식에서 50~70% 정도이다. 세화병원의 경우 5~6일 배양 냉동배아 이식은 64.6%의 임신율을 보였다고 한다.
■ 주의해야 할 점은
이식 가능한 배아의 개수는 환자 나이와 배아 발달단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보통은 1~3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게 된다. 이식 후에는 임신 확인 전까지 충분한 안정을 취하면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와 흡연, 과격한 운동은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
국내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 성공률은 냉동배아 이식이 신선배아 이식보다 높게 나온다. 냉동 보존되는 것 자체가 그 배아의 질이 좋기 때문이다. 배아의 등급이 나빠서 배아를 냉동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신선배아 이식은 등급이 낮은 배아도 많이 포함돼 임신 성공률이 낮게 나올 수 있다. 김재명 연구소장은 “그런 점에서 단순히 냉동배아 이식이 신선배아 이식보다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환자의 건강 상태와 여건을 파악하고, 어느 방법이 좋을지 전문의와의 상담과 정확한 판단을 통해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
난소가 과배란 유도 주사체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 이로 인해 피로감 두통 구역질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숨참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