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의 직장인 A 씨는 밤늦도록 과음한 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급히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중·장년 남성이 겪을 수 있는 ‘급성요폐’ 현상이다. ‘급성 요정체’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비뇨기계 응급질환으로 손꼽힌다.
급성요폐는 소변의 흐름이 막혀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처음에는 오줌 줄기가 가늘어 지기 시작하다가 이후 몇 방울만 나오다 급기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좋은삼선병원 비뇨의학과 이영익 과장의 도움말로 급성요폐에 관해 알아본다.
좋은삼선병원 비뇨의학과 이영익 과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좋은삼선병원 제공
■ 전립선비대증 포함 원인 다양
보통 남성의 방광은 400∼500㎖의 소변을 담는다. 요폐로 소변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방광이 1500㎖ 정도까지 부풀어 오른다. 이처럼 방광 크기가 정상보다 3배 이상 커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팽팽해지며 통증도 심해진다. 심한 요의를 느끼며 허리를 구부리거나 팔자걸음 등 불편한 자세도 취하게 된다. 심하면 호흡 곤란, 혈압 상승 등 응급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장기간 지속하면 방광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면서 방광 내 압력이 올라 결국, 본래 기능을 잃게 돼 소변이 새는 ‘범람성 요실금’ 등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장이 망가지고 요로 감염과 방광 결석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급성요폐의 원인은 다양하다. 전립선비대증, 과도한 음주, 이뇨제 복용, 척추 마취, 요도 결석 등이 그것이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했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좋은삼선병원 이영익 과장은 “감기약의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 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립선암, 요도 협착,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중단한 경우와 전립선수술 이후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당뇨 환자는 방광이 과도하게 팽창하면 발병할 위험이 있다. 술 마신 상태에서 잠들면 방광이 갑자기 심하게 팽창,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도 정작 소변을 못 보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 초음파로 방광 내 소변량 확인
급성요폐의 진단은 초음파로 방광 내 소변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통 배뇨 후 잔뇨량이 400㎖ 이상이면 급성요폐로 진단한다. 응급 상황에선 방광이 팽창돼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혈압 상승, 호흡 곤란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방광 파열로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급성요폐의 첫 번째 치료법은 소변을 빼내는 것이다. 도뇨관을 통해 소변을 배출하거나, 필요 시 치골 상부에 구멍을 내 방광에 직접 관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소변을 뽑아낸다.
급성요폐를 예방하려면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은 하루 1.5ℓ 이상의 수분 섭취를 권장한다. 급성요폐는 남성에게 생길 확률이 여성보다 13배나 높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남성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전립선 건강을 체크해야 하고, 음주나 감기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은 특별한 주의 사항은 없지만,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치골 부위가 부풀어 오르면 의심해 봐야 한다.
좋은삼선병원 이영익 과장은 “급성요폐 환자들은 평소 술 커피 홍차 콜라 등을 피하고 다양한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급성요폐의 주원인인 전립선 건강을 위해선 토마토와 같은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