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치핵)이 심한데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치질수술을 받으면 큰 통증과 불편을 겪게 된다는 선입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의 웰니스병원(병원장 강동완)이 10년간 연구 끝에 기존 치질수술의 단점을 개선한 새 수술법을 개발해 관심을 모은다. 게다가 국내외 특허도 받은 상태다. 대장항문 치료 전문가인 강동완 병원장의 도움말로 최신 수술법에 대해 알아봤다.
부산 웰니스병원은 기존 치질수술 방식인 고무밴드 결찰술의 최대 단점 2가지를 개선한 새 수술법을 최초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받았다. 개발자인 강동완 웰니스병원장이 일명 ‘바나나클립’의 새 방법으로 치질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치질수술의 흔한 방식은 ‘고무밴드 결찰술’로, 1958년께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치핵을 전부 절제하는 방식이 이뤄졌다. 결찰술은 치핵의 뿌리 부위를 원형 모양의 고무밴드로 묶어준다. 다시 말하면 확장된 정맥의 혈액 순환을 차단해 수일 후 치핵이 저절로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그런 만큼 장점이 상당하다. 절제를 하지 않아 피가 덜 나는 것은 물론 통증과 합병증이 적고 일상 복귀도 빠른 편이다. 이 방식이 등장한 이후 45% 정도는 결찰술을 하게 됐다.
그러나 결찰술에는 큰 단점 2가지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결찰술 후 1~2주 사이에 고무밴드를 묶은 부위가 떨어질 수 있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상치핵 동맥이 살아 있는 경우 피가 쏟아져 직장에 고인다. 이처럼 수술 후 심각한 지연성 출혈(만기 대량 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오는 경우가 보통 3~5%, 최대 8%에 이른다. 또 고무밴드는 치핵을 360도 즉 상하좌우로 잡아주다 보니, 여러 개의 치핵을 묶어야 할 경우에는 항문도 함께 좁아진다. 그래서 주치핵 3개를 모두 묶지 못해 2개만 시행하고 다음에 또 해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강동완 병원장은 “이런 단점에 대해 항문외과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우리 당대에서 한 번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10년간 연구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강 병원장과 웰니스병원 의료진이 새롭게 개발한 것은 일명 ‘바나나클립’을 이용한 수술법이다. 이는 고무밴드 결찰술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연성 출혈과 항문 협착(좁아짐)’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안전성이 더욱 높아지고 재수술을 예방할 수 있다.
고무밴드 결찰술(왼쪽)은 여러 개의 치핵을 묶으면 항문이 함께 좁아지게 된다. 하지만 바나나클립을 이용한 새 수술방식(오른쪽)은 3, 4개 치핵을 동시에 결찰하더라도 항문이 좁아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할 수 있다.
바나나클립은 치질수술을 위한 도구로, 바나나와 닮아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결찰술에서는 고무밴드와 함께 치핵이 자연 탈락하는 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은 고무 재질 특성상 치질조직에 정확한 손상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굴곡의 모양에 단단한 재질인 바나나클립은 치질조직에 확실한 손상을 줘서 치핵과 함께 떨어질 때 더는 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강동완 병원장은 “바나나클립은 횡(수평)으로 수축이 안 되고 종(상하 방향)으로만 수축되기 때문에 3~4개의 치핵을 동시에 묶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치핵을 수직으로만 확실히 잡아주니 항문이 좁아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과자나 시리얼 등을 먹은 후 밀폐해 놓는 클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한 번 닫히면 쉽게 열리지 않고 닫힌 부위를 거의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특징을 활용한 셈이다.
웰니스병원의 바나나클립 치질수술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특허 승인이 완료됐고, 미국 중국에서도 특허 출원된 상태이다. 또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이 방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 신의료기술평가 신청대상으로 인정됐다. 특히 대한대장항문학회 국제학술지에 ‘내치질 1~3기에서의 고무밴드 결찰술과 바나나클립 비교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돼 최신 수술법으로 인정받았다.
★치질 예방 TIP
- ‘큰 일’ 보러 화장실 갈 때 스마트폰은 두고 가세요
말 못할 고통인 치핵(치질)은 국민 다빈도 질병 10위권에 든다. 입원 환자 수에서 7위이고, 수술 인원으로는 전체 3위이다(2021년 기준). 치핵을 예방하려면 우선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대장항문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은 배변 때 휴대폰을 사용한다. 그렇게 하면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힘을 주는 시간도 길어져 치핵이 생기기 쉽다. 변비가 심할 때는 억지로 힘을 주기보다 배변 완화제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에 바나나 사과 양배추 등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장 활동’을 촉진하는 과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쪼그려 앉거나 책상다리로 딱딱한 바닥에 앉는 것을 피해야 한다.구시영 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