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기능 저하 초기땐 증상 없어 - 당뇨·고혈압 있으면 의심해봐야 - 만성땐 심혈관계 합병증 등 초래 - 회복 어려워 속도 늦추는데 초점 - 싱겁게 먹고 정상 체중 유지해야
‘몸속 정수기’로 불리는 신장(콩팥)은 체내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시키고 전해질을 보존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또 호르몬 분비와 염분 배설로 혈압을 조절한다. 이 같은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것을 만성 신부전증이라고 한다. 신장은 손상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오는 10일 ‘세계 콩팥의 날’을 앞두고 대동병원 인공신장센터 김민지(신장내과 전문의) 과장의 도움말로 만성 신부전증의 증상과 치료 등에 대해 짚어봤다.
신장(콩팥)이 손상되었거나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만성 신부전증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대동병원 인공신장센터에서 관련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만성 신부전증 진료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양상이다(표물 참조). 이는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 당뇨병과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의 만성 신부전 위험요인들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만성 신부전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노폐물이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 축적되는 요독증이나 빈혈 뼈질환 근무력증(근육의 신경장애로 인한 근육 쇠약) 등이 생기게 된다. 또 비타민D 생성이 잘 안되고, 인을 배설하지 못해 심혈관계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병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김민지 과장은 “콩팥의 기능이 35% 이하로 저하될 때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인식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 대부분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상태로 뒤늦게 진단받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험인자나 의심증상이 있으면 빨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로감을 잘 느끼거나 소변을 자주 보고, 발과 다리부터 시작해 온몸이 붓기도 한다. 식욕 부진도 생긴다. 하지만 이들 증상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 이 때문에 대처를 소홀히 하면 말기 신부전 직전에 이르기까지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이나 소변, 영상·조직 검사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신장의 이상 증상이 3개월 넘게 지속되면 만성 신부전증으로 진단된다. 보통 1분 동안 신장이 혈액을 깨끗히 걸러주는 양을 ‘사구체여과율’이라고 한다.그런데 여과율이 분당 60mℓ 미만으로 감소하거나, 여과율이 정상이더라도 혈뇨와 단백뇨가 소변검사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면 신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원인으로는 당뇨와 고혈압이 가장 흔하다. 신장 자체의 질환으로 단백뇨나 혈뇨가 분비되는 ‘만성 사구체신염’도 있다. 이들 세 가지가 성인 만성 신부전증의 75%를 차지한다.
치료는 신장 기능의 회복이 아니라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검사지표에 따라 1~5기로 분류해 신장 기능이 마지막 5기 단계까지 진행되는 것을 멈추게 하거나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약물·식이 요법 등이 시행된다. 신장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말기 신부전증에는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콩팥 이식 등의 신대체요법을 적용해야 한다.
대동병원 김민지 과장은 만성 신부전증 예방과 관련해 “혈압과 혈당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으면 꾸준히 철저히 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특히 음식을 가급적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소변 단백뇨와 혈액 등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뿐만 아니라 1주일에 3회 이상 30분 가량 본인 체력에 맞는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신장에 무리를 주는 소염진통제 등의 의약품 섭취는 전문의와 상의 후 필요한 약을 신장 기능에 맞게 복용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