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환자 건강한 여름나기
- 기온 1도 오르면 사망률 1% ↑
- 고혈압 겨울질환 고정관념 탈피
- 어지러움 느끼면 충분한 휴식을
‘국내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앓을 정도로 당뇨병과 함께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경색 부정맥 협심증 등 생명과 직결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원인질환이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대부분 겨울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니 여름철에도 무시 못할 질환이다’. 고혈압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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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김병수(순환기내과 전문의) 센터장이 젊은 고혈압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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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고혈압 신경 써야
통상 고혈압으로 인한 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 비율은 날씨가 추워지는 10월부터 늘어나 이듬해 1, 2월 가장 높다. 통계로 볼 때 기온이 15~20도에서 고혈압에 의한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가장 낮고 그보다 기온이 1도 낮아지면 사망률이 1%씩 증가한다. 하지만 덥다고 고혈압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기온이 1도 높아질 때도 사망률은 1%씩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계절에 따라 흔히 발생하는 대표 질환이 있지만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신체는 계절에 따른 온도에 맞춰 적응하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으면 계절에 맞는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혈압 자체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름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고혈압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이를 발견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혈압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평생 혈압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이 발병하면 반드시 평소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체중을 줄여 적정체중으로 관리하고 되도록 싱겁게 먹어야 한다. 금연 금주는 필수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생활 습관의 변화로도 혈압 조절이 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로 혈압을 조절한다. 때론 여러 가지 약물을 같이 복용해야 조절되기도 한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선 체온이 내려가 우리 몸의 혈액은 피부 아래 모세혈관에 쏠린다. 이때 심장은 피부 표면을 순환하는 혈액량을 늘리기 위해 더 빨리 뛰면서 맥박도 빨라지고 혈압도 상승한다. 이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수분이 과하게 배출돼 혈압이 떨어진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이러한 신체 작용과 충돌해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었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활동을 했다면 수시로 물을 챙겨 마셔야 하며,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 4, 5도 유지해야
실내에선 선풍기 에어컨 등의 차가운 바람에 피부가 노출되면 수분을 잃기 때문에 수분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온도 차이에 주의가 필요한 만큼 무더운 실외에 있다가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갑자기 들어오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심장이 부담을 느껴 혈압이 오를 수 있다. 해서, 실내외 온도 차를 4, 5도 선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덥다는 이유로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계곡 바다 등 차가운 환경에 신체가 갑자기 노출되면 체온이 낮아져 추운 겨울철과 같이 혈관이 수축할 수 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해도 역시 혈압을 올리는 원인이 될 수 있어 가급적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야 한다. 물놀이를 할 때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올린 다음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서서히 물을 적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여름철 보양식은 영양이 풍부해 체력 회복에 도움을 주지만 대부분 고단백 고지방이어서 자주 섭취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섭취하고 잘 모르는 약재는 피하는 게 좋다. 나트륨이 많은 소금이나 장아찌 등은 최소화하고 미네랄 등이 풍부한 채소를 곁들이자.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은 혈압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아침저녁에 하는 게 좋다. 대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김병수 센터장(순환기내과 전문의)은 “고혈압 환자가 폭염 등으로 혈압이 떨어지면서 약을 중단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전문의의 복용지도에 맞춰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