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김병수 웰니스병원 대표원장
[대변에 붉은 피…치질 아닌 대장암일 수도]
배변 때 한해 피 나오면 치질일 가능성 높지만
- 지속적이고 체중 줄어들면
- 대장암 발병 의심해봐야
- 가족력 있다면 검사 필수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던 40대 남성이 소스라 치게 놀랐다. 휴지로 대변을 닦다가 붉은색 피가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술자리가 잦은 편이라 혹시 대장암이 아닐까 하고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결과는 치질이었다.
■치질일까 대장암일까
치질은 항문과 그 주변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총칭하는 말이다. 치질은 개인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를 수 있다.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배변 중 선홍색의 출혈, 항문 덩어리 돌출, 항문 주위의 가려움, 통증 등이 있을 수 있다. 출혈이 없으면 치질이라고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많이 나타난다. 출혈량이 적을 때는 배변 후 휴지에 묻는 정도이나 심해지면 방울방울 변기에 떨어지기도 하고 더 심해지면 물총을 쏘듯 항문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이와 달리 대장암은 대장에서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대장은 크게 직장과 결장으로 구분되는데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직장에 생기는 암을 직장암, 결장에 생기는 암을 결장암이라고 하며 이를 통칭해 대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암의 초기 증상 역시 혈변으로 치질 증상과 비슷해 치질로 오해하기 쉽다. 대장암이 진행되면 변이 가늘어지는 등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변의 굵기로 대장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직장암은 직장의 통로가 좁아지면서 변이 가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설사, 변비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변 색깔로 치질과 대장암 구별
치질은 대장암 초기와 마찬가지로 선홍색 피가 배변할 때 나오는데, 대장암은 진행됨에 따라 배변과 무관하게 항문을 통해 흘러나오거나 검붉은 피가 나오므로 치질로 인한 혈변과는 차이가 있다. 항문 출혈이나 혈변 기간은 치질의 경우 단기적인 데 비해 대장암은 지속적이다. 또한 치질은 체중의 변화가 없으나 대장암의 경우 많이 진행되면 체중이 감소할 수도 있다.
■치질증상, 대장내시경 필요하나?
치질 증상이 있을 때, 악화되면 대장암이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질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치질의 주 증상이 배변할 때 불편감과 출혈이고, 직장암 증상과 유사하므로 이런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직장암이 있으면 대변 습관의 변화로 인해 없던 치질이 갑자기 생기거나 원래 있던 치질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웰니스병원 김병수 대표원장은 "항문에 생긴 암을 치질 질환으로 여겨서 대충 넘긴다든지, 직장암과 치질이 같이 있을 경우 치질만 치료해 암을 나중에 발견하는 일이 간혹 있다"며 "나이가 많거나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치질 검사를 할 때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2017년 1월 31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