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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해도 임신 가능…'가임력 보존' 이용하세요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11-15 (화) 09:54 조회 : 2690


[도움말 = 이상찬 세화병원장, 김재명 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장]

< 항암치료해도 임신 가능…'가임력 보존' 이용하세요 >

- 약물·방사선 등에 난임될 수도 -

- 암 진단 때 미혼·출산 전이면
- 정자·난자은행에 냉동보관해
- 암 치료 모두 끝낸 뒤에
- 인공·체외수정에 사용 가능


지난주 종영된 SBS 인기 수목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남자 주인공 마초기자 이화신(조정석 분)은 여성 질환으로 알려진 유방암을 앓다가 완치된 뒤 생각지도 못한 남성난임(불임) 판정을 받고 충격에 빠진다. 화신은 의사에게 "저는 남자로서 끝난 건가요"라고 물으며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원망한다. 남성불임으로 여자 주인공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분)와의 사랑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유방암과 난임은 여성에게 국한된 질환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유방암으로 진료를 받은 남성은 2013년 471명, 2014년 560명, 지난해 539명으로 나타났다. 또 난임 중 남성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는 20% 이상 차지했다. 2014년 난임 진료 환자 가운데 남성은 2014년 4만8475명, 여성 16만4077명이다. 남성 난임의 연평균 증가율이 여성 난임이 증가하는 비율보다 더 가파르다.

(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 연구원들이 동결 보존된 정자를 해동한 뒤 난자 안으로 미세주입하기 위한 시술을 하고 있다.)

■ 항암 치료가 원인

화신은 우연한 기회에 유방암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유방암을 극복하려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를 복용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항암 치료는 암세포를 죽일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가지므로 고환의 기능이 소실될 수 있다. 고환의 기능 저하나 소실로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무정자증이 발생해 난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드라마는 화신이 표나리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한다. 남성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정계 정맥류, 염색체 이상, 호르몬 이상, 유전 질환, 잠복 고환증, 고환 위축, 고환 발달 장애, 만성신부전, 당뇨병, 역사정증 같은 전신 질환과 항암 치료를 위한 약물, 방사선 그리고 독성이 강한 화공약품, 술, 담배, 환경 호르몬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컴퓨터, 스마트폰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고환 온도가 올라가거나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져 정자 생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생활습관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 항암 치료 전 냉동 보관

만약 화신이 항암 치료를 받기 전에 자신의 정자를 안전하게 냉동 보관해두었다면 상황은 반전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산지역 난임치료 전문병원인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암의 종류, 환자의 나이, 치료법, 항암제의 용량, 치료 전 난소·정자 기능에 따라 난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항암 치료 전에 정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이라며 가임력 보존치료 차원에서 난자은행 및 정자은행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 병원장은 "암 진단 당시 결혼하지 않았거나 출산하지 않은 경우, 아이를 가지기 원하는 경우라면 미리 가임력을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암 치료가 시작되고 나면 생식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한 번 저하된 생식 기능은 잘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보관된 정자.)

■ 가임력 보존치료

조기 진단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암은 더는 불치의 병이 아니다. 게다가 암 환자의 10%가량이 20, 30대로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암 치료 후 자녀를 가지는 등 삶의 질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가임력 보존은 가임기 여성에게 암 치료로 발생하는 난소 기능의 저하에 따른 가임력 소실을 암 치료 전에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림프종, 백혈병 등에 걸린 젊은 환자는 가임력 보존치료가 필요하다.

결혼한 여성은 과배란 유도 후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킨 뒤 배아를 동결하는 방법, 미혼 여성이지만 초경 이후인 경우 과배란 유도 후 채취한 난자를 얼리는 방법, 과배란 유도 없이 난소 조직을 떼어 동결 보존하는 방법이 있다. 남성의 경우 정자를 동결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암 치료 의사의 정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가임력 보존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병원장은 "암 전문의들이 가임기에 있는 암 환자의 불임 가능성을 고민하고 치료 계획을 세울 때 가임력 보존문제를 고려해 가임력 보존치료 전문의와 협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화병원 김재명 난임의학연구소장은 "서울지역 난임 전문병원에 근무할 때 급성백혈병에 걸린 남자 중고생·대학생들이 항암 치료 전에 정자를 동결보존하러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부산은 아직 정보 부족으로 이용자가 서울에 비해 많지 않다"며 "암에 걸리지 않고도 향후 결혼과 임신을 원하는 30대 후반 미혼 여성이 난자를 선제적으로 냉동 보관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가임력 보존치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자은행에서는

- 건강한 정자 기증할 수 있고 수증자는 혈액형도 선택가능

난임 극복과 항암 치료에 대비한 가임력 보존을 위한 정자은행이 부산에 두 곳 있다. 종전 난임치료 전문병원인 세화병원에 이어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이사장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이 지난 4월 부산대병원 융합의학연구동에 문을 열었다.

정자은행은 무정자증 등 남성에서 비롯되는 원인으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난임 부부를 위해 적합한 다른 남성(비 배우자)의 정자를 제공하거나 항암 치료를 앞둔 남성의 정자를 보관하는 시설이다. 자발적 기증자나 항암 치료를 앞둔 남성의 정자를 채취해 동결 보존액과 혼합한 뒤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녹여서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에 사용한다.

세화병원 김재명 난임의학연구소장은 "남편이 무정자증일 때 다른 남성의 정자를 이용해 임신을 원할 경우뿐 아니라 잦은 출장, 해외 체류처럼 남편이 시술 날짜를 맞추기 어렵거나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정자 생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정자은행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정자은행을 이용하면 건강검진 결과 이상 없는 건강한 정자를 본인이 원하는 혈액형까지 맞출 수 있고, 기증자와 수증자의 인적사항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돼 향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