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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골반 장기 탈출증, 말 못할 병 아니에요, 치료받고 가뿐해지세요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2-24 (화) 17:10 조회 : 2341


[도움말 = 남경일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과장]

- 여성 골반 장기 탈출증 -


- 50대 여성 절반이상 고통 
- 배에 힘주면 장기가 이탈 
- 수치심에 망설이면 큰 병 
- 간단한 수술로 제자리에 

3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진료실을 찾아 쑥쓰러운 듯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여유를 갖고 기다리니 슬며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밑이 빠졌어요." 

진찰 결과 여성들의 말 못하는 속앓이 병으로 알려진 '골반 장기 탈출증'이었다. 골반 안에 있어야 할 방광·자궁·직장이 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자궁이 빠져나오는 경우를 자궁 탈출증, 자궁과 질이 함께 빠져나오는 경우를 자궁-질 탈출증, 방광이 빠져나오는 경우를 방광류, 직장이 빠져나오는 경우를 직장류라고 한다. 

■배뇨·배변장애, 성교통 동반 

골반 장기 탈출증은 주로 배변이나 배뇨 등 복압이 증가할 때 골반 내 장기가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가만히 있어도 빠져나온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미 상당한 정도로 병이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 배뇨 장애(요실금·절박뇨·빈뇨), 배변 장애, 골반 통증, 요통, 성교통 등도 동반된다. 하지만 증상과 탈출증의 정도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질을 통해 장기가 빠져나오는 경우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골반 하부에 있는 근육, 근막, 인대 등의 골반 지지 구조물들은 골반 내의 장기들이 제 위치에 있도록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골반 지지 구조물들의 약화가 초래돼 결국 골반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이 질환의 경우 부끄럽거나 수치스럽다는 인식이 높아 정확한 통계 추산은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정상 분만 여성 3명 중 1명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있는 여성 9명 중 1명은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심한 상태라고 분석한다. 보통 50~60대 이후 이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난산으로 인해 골반 지지 구조물의 심각한 손상을 경험한 여성에겐 30, 40대에도 나타날 수 있다.

분만 이외에도 복압이 만성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인 비만이나 만성 기침, 만성 변비가 있는 경우에도 이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자궁 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도 골반 지지 구조물들의 약화가 초래돼 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노화나 폐경 등도 골반 지지 구조물의 약화를 가속화시킨다.

이 질환은 질 입구의 처녀막 위치를 기준으로 얼마나 장기가 빠져나왔는지를 측정해서 통상 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탈출증의 정도가 아주 약하고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케겔 운동'으로 불리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된다. 이는 항문의 개폐조절을 하는 근육인 항문거근과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것을 일정한 횟수만큼 반복하는 것으로 탈출증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2단계이거나 그보다 약간 심하면 '페서리'라는 기구를 삽입, 자궁을 제 위치에 고정시키는 비수술적 치료법이 적용된다. '페서리'는 도넛 모양의 실리콘 기구인데 이물감이 심하고 자주 소독을 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골반 내 장기가 질 입구를 완전히 빠져나오는 3단계 이상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자궁 적출술과 질벽 성형술이 많이 시행됐으나 최근에는 인체에 무해한 화학섬유로 특수 디자인된 그물인 수술용 메시(mesh)를 이용해 빠진 장기를 골반에 있는 인대나 골막에 걸어주는 수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술은 보통 1~2시간, 입원 기간은 3~4일 정도 걸린다. 이 수술법은 자궁을 보존하면서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한 최소 침습수술법을 통해 아주 심한 골반 장기 탈출증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이 질환자의 경우 요실금이 흔히 동반되는데 탈출증 교정술을 할 때 요실금도 메시를 이용해 간단하게 교정할 수 있다.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 피해야 

이 질환은 생활 속에서 배에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할 수 있는 호흡기 질환과 변비를 미리 치료하고 오랫동안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을 피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좋은문화병원 남경일 산부인과 과장은 "50세 이상의 여성 중 절반 정도가 골반 장기 탈출증에 시달리고 있으나 20%도 안 되는 환자들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 질환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심각한 불편함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과장은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 이 질환의 발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특히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부산지역 여성노인들의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5. 02. 24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