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공병선 부산마이크로병원 병원장]
- 맵시 살리는 하이힐·킬힐·발끝 좁은 샌들·오픈토 슈즈 등 발 통증·변형에 보행장애 유발 -
- 밑창 얕은 플리플랍·슬립온도
- 장기간 신으면 발바닥 근막 염증주부 김모(여·52) 씨는 걸을 때 엄지발가락이 심하게 아프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검사 결과, 엄지발가락이 바깥으로 휘었다. 또 엄지발가락 쪽의 발등 뼈가 안쪽으로 튀어나왔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수술을 결심했다. 발가락 변형은 그렇다쳐도 걸을 때 통증은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젊은 시절 하이힐 구두를 즐겨 신었다. 당시 신발이 불편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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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발가락이 휘고 발등 뼈가 튀어나온 족무지외반증 환자의 양 발. 이 질환은 불편한 신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마이크로병원 제공 |
김 씨의 병명은 족무지외반증. '족'은 발, '무지'는 엄지발가락, '외반증'은 바깥으로 휘는 것을 뜻한다.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고 엄지발가락 안쪽 내측 뼈가 혹처럼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부산마이크로병원 공병선 병원장은 "이 병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휜다는 느낌만 갖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러다 엄지발가락 안쪽에 생긴 혹이 신발에 자꾸 부딪히면서 아프고, 걷기가 힘들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심한 사람들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밑으로 들어가 두 번째 발가락이 올라오게 되므로 신발을 신을 때 큰 불편을 겪는다. 따라서 걸을 때 발 안쪽보다 바깥쪽으로 체중을 실어 걸을려고 노력하게 되고, 발을 과도하게 바깥쪽으로 돌려 걷게 된다. 또 보행 장애로 쉽게 피로해지고 체중이 실리는 발등뼈 부위에 피부가 딱딱해지는 피부못이 생기도 한다. 특히 이 질환은 양쪽 발에 대칭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많다.
원인은 주로 신발이다. 그중에서도 발끝이 좁고 높은 하이힐과 킬힐 등이 문제다. 여름철 인기 신발인 샌들과 오픈토 또한 발의 통증과 변형을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플리플랍, 슬립온 등 밑창이 얕은 신발을 너무 장시간 신으면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웨지힐은 높고 딱딱한 굽 때문에 발목 부상을 당하기 쉽다. 발목이 심하게 꺾이면 발목인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어머니가 이 질환에 걸린 경우 딸도 엄지발가락 쪽의 발등 뼈가 휘고 족무지외반증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상당수 나타난다. 특히 이런 케이스는 젊은 나이부터 발의 변형이 심해 미관상 좋지 않고, 신발을 신을 때 제약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월등히 많은 것도 신발의 영향이 크다. 남성 신발은 비교적 발끝부분이 넓어서 발가락이 눌리지 않는 편이다.
발병 초기에는 변형이 심하지 않으므로 발가락을 잡아주는 보조기를 착용할 수 있다. 아울러 볼이 넓은 신발을 신음으로써 변형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 하지만 변형과 발가락 통증이 심해지면 결국 수술을 하게 된다. 튀어나온 뼈를 깎고 변형을 일으키는 인대를 절단하는 수술이다. 휘어진 뼈를 바로잡는 절골술도 있다.
발 변형이 심한 사람은 신발을 벗기 민망스럽고, 여름에 샌들 등을 신기가 부끄럽다. 그래도 아프지만 않으면 견디겠는데 통증이 동반되면 그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족무지외반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을 압박하지 않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4. 07. 01 국제신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