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구포성심병원 최태영 의무원장]
- 대퇴골두 가는 혈류 막혀 뼈 조직이 죽는 질환 -
- 스테로이드 과다 사용
- 음주·신장질환 등에 발병
- 넓적다리 통증 땐 MRI 진단
- 인공관절 수술 가장 확실
- 근육·힘줄 보존법도 '부상'
최근 방송을 타고 탤런트 이의정이 뇌종양 수술 후 그 후유증 탓에 발병한 고관절 괴사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를 통해 고관절 괴사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관절 괴사는 대퇴골두(골반과 맞닿는 넓적다리뼈의 위쪽 끝 부분) 무혈성괴사라고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무혈성) 뼈 조직이 죽는(괴사) 질환이다.
'뼈가 썩는 병'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대로 두면 주위 뼈까지 썩어 들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 있을 뿐 부패하는 것이 아니며, 주위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왜 생기는 것일까. 외상으로 오는 예를 제외하면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다만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스테로이드 과다 사용이 거론된다. 탤런트 이의정이 바로 이런 사례다. 뇌종양 투병 당시 몸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세 혈관이 막혀 골반에 괴사가 생기는 후유증이 나타난 것이다. 또 다른 위험인자로 과다한 음주, 신장 질환,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과 같은 결체조직병, 신장 심장 등 장기 이식을 받은 경우, 잠수병 통풍 등이 있다. 아무런 원인적 위험인자가 없음에도 발생하는 예도 자주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초기 단계에서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하지만, 질병이 진행되면서 사타구니나 넓적다리 안쪽의 통증을 호소한다. 병이 더 진행되면 쉴 때에도 아프며, 다리를 안쪽으로 돌리거나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지 못하게 된다. 질병 경과는 수개월에서 수년 걸릴 수도 있다. 방사선 촬영(X-레이)은 병의 말기에나 진단할 수 있지만, MRI는 무혈성 괴사를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진단법이다.
중요한 것은 질병의 진행 시기이다. 대퇴골 머리의 함몰이 심하지 않다면 관절을 유지하면서 위험인자를 제거해 주는 보존적 요법을 쓸 수 있지만, 함몰이 심하면 수술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크게 4가지 치료법이 있다. 첫째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경과 관찰만 하는 것, 둘째는 괴사부를 살려내려는 시도(재생술), 셋째는 자기 관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도록 괴사하지 않은 부위에 체중이 실리도록 골두를 돌려주는 방법(절골술 또는 구제술), 넷째는 망가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것이다.
| |
|
재생술은 환자 나이가 젊고 골두가 함몰되기 이전 시도할 수 있다. 중심 감압술이나 다발성 천공술, 여러 가지 골 이식술 등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 쉽게 표현하자면 인공관절 수술을 늦추거나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들이다. 절골술도 마찬가지다.
인공관절 수술은 현재로서는 가장 결과가 확실하며 가장 많이 시행되는 치료법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환자가 통증이 심하다면 바로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괴사 부위가 크면 나이와 관계없이 인공관절 수술 대상이 된다.
최근 고관절 수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술법은 절개 부위 최소화를 통한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는 수술법이다.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기 때문에 인공관절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며 탈구 발생률을 현저하게 낮춰 수술 5일 후 혼자 걷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하다.
2013. 09. 10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