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부산센텀병원 수부미세수술센터 소장]
- '손기술' 쓰다 잘린 손가락도 응급대처 잘하면 다시 붙일 수 있어 -
유연하고도 세밀한 손동작은 지능의 발달이란 선순환을 이어왔는데, 그 극단을 보여주는 사례가 지능과 손놀림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것, 바로 도박이다. 서양이 트럼프라면, 한국에선 단연 화투다. 그리고 '동양화'가 나풀거리던 영화 '타짜'는 전문 도박꾼을 일컫는 '타짜'를 대중에 제대로 각인하기도 했다. 치밀한 계획에다 부단한 노력, 그리고 고도의 손놀림과 눈속임 기술을 이용해 큰 판돈을 거머쥐는 떠돌이 도박꾼 타짜들의 한판 대결을 그린 영화였다. 하지만 그런 손기술을 사용하다 한 번 잘못 걸리면 손가락이 절단되는 게 그들의 세계다.
영화를 보면 '저렇게 잘려나간 인체 부위를 의학적으로 다시 붙이거나 혹은 대체해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가능하다'. 주변에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떠한 경우, 어떠한 상태라도 절단된 부위를 추슬러 일단 병원을 찾길 바란다.
수지 손상은 혈관 자체의 압궤손상(찌부러지거나 뭉개진 것)이나 견열손상(찢어진 것), 조직의 심한 압궤손상으로 나눌 수 있다. 혈관의 압궤나 견열손상은 손상된 혈관을 제거하고, 정맥이식을 하는 게 필수적이다. 훼손이 심해도 현미경으로 확대해 자세히 보면 연결할 만한 혈관이 남아있어 최대한 시도해 볼 수 있다. 연결할 만한 동맥이 있으면 일부라도 재접합술을 통해 많은 부분을 회생시킬 수 있으므로, 필자는 최대한 현미경으로 찾아서 연결하도록 한다. 만약 혈관이 중간에 소실돼도 혈관이식을 통해 재접합술을 할 수 있으며, 이런 노력으로 많은 사례에서 성공했다.
수지접합 수술 시 먼저 괴사조직의 절제 및 구조물을 확인한 후 금속핀이나 나사로 골 고정을 한다. 특히 무지(엄지손가락)는 손 전체 기능의 40~50%가량을 맡는 아주 중요한 손가락이다. 무지가 절단되면 재접합술로 원래 기능과 형태의 많은 부분을 회복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재접합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가장 유사한 인체 조직은 엄지발가락(족무지)이다. 이러한 무지의 재건은 아주 중요하기에 최대한 접합술을 시도하며 이후 괴사 시에는 재건술을 통해 최대한 기능과 모양을 회복하도록 하게 된다. 이러한 재건술은 기능 회복과 미용상 호전을 위해 시행한다.
족지 전이를 사용한 무지 재건술은 만족할 만한 감각과 기능 회복 및 모양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전된 족지의 괴사 시에는 족지 상실의 위험성은 있으나, 성공 시에는 기타 수술과는 다른 많은 장점이 있다. 족무지 전이술 후 3년가량 지나면 전이된 족무지는 자연스러운 부피 감소로 10~15%의 둘레가 줄어든다.
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절단된 수지를 저온 상태로 청결을 유지하면서 빨리 재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절단 부분의 동상을 피하려면 절단된 수지를 생리식염수나 링거 용액에 적신 거즈로 싸고 멸균한 플라스틱용기나 비닐봉지에 넣은 후 이것을 얼음이 든 용기에 넣어 운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2013. 07. 16 국제신문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