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박상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인암센터 산부인과 주임과장]
- 예방률 80% 이상…백신 있는 유일한 암 -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아랫배 불편감과 질 출혈, 과도한 분비물과 악취. 하지만 이런 증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는 어렵다. 부끄러움이 키우는 병,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 암 중 7위를 차지하는 암으로, 연간 3700명이 새롭게 진단되고 있다.
(의료진이 자궁경부암 환자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 우리나라 발생 현황과 특징
미혼 여성에게서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궁경부암 환자 중 35세 미만 여성의 비율이 1990~1992년 6%에서 2005~2006년 11%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젊은 여성이 성관계를 일찍 시작함에도 결혼하지 않는 예가 늘어나는 반면 산부인과 검진은 소홀하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더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고 공격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젊은 여성도 자궁경부암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둬야 한다.
■ 자궁경부암의 조기 진단
대부분 암처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장기와 달리 진찰대에서 쉽게 보이기 때문에 세포 채취가 쉬워 전암 단계에서 찾아내기가 한결 유리하다.
■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자궁경부암은 성관계를 통해 바이러스(HPV·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생길 수 있는 암이다. HPV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흔해 성생활이 시작된 여성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80%는 평생 HPV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통계도 있다. 대개는 자연 소멸되는 예가 많지만, 감염이 지속성을 띠게 되면 암으로 발전되기 전의 전암 단계인 고도이형성증이나 자궁경부암이 생길 수 있다.
■ 자궁경부암의 종류
자궁경부 바깥쪽에 주로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과 안쪽에 생기는 선암이 대표적이다. 젊은 여성에서는 선암이 많은데, 자궁경부 안쪽에서 생기다 보니 진단이 늦어져 예후가 좋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게 문제다.
■ 수술적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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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침윤암과 같은 초기 암(0기)에서는 자궁을 살리는 예도 있다. 출산을 마친 여성의 초기 자궁경부암은 '단순자궁적출'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젊은 미혼 여성은 1기 말 이하이면서 적응증에 해당하면 자궁을 떼어내지 않고 자궁경부만 광범위하게 도려내는 광범위 자궁경부절제술이 많이 시행된다. 초기보다 더 진행되면 대개 '광범위자궁적출'을 시행하는데, 자궁경부를 중심으로 해 자궁방까지 포함해 많은 조직을 충분히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된다.
■ 항암-방사선 동시요법
나이 또는 만성 질환 등의 이유로 수술을 못하거나, 2기 말 이상일 때 항암 치료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 때 근접치료도 한다. 근접치료는 자궁 내 공간이 있어 암이 있는 부위에 충분한 방사선량을 조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자궁경부암의 예방
성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여성은 1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세포검사를 할 것을 권유한다. 젊은 여성이라도 산부인과 방문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야 한다.
또 여러 암 중 유일하게 예방 백신이 개발된 게 자궁경부암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접종 후 80~93%까지 암을 예방할 수 있다.
2013. 07. 16 국제신문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