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송근아 메디우먼산부인과의원 원장]
-국내 유병률 2.2~4.9%…거대아 출산·사산 위험, 대게 임신 끝나면 사라져-
(임신부가 태아에게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하면 혈당이 조절돼 임신성 당뇨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 발병땐 태아도 저혈당 증상
- 운동 등으로 조기 예방해야
당뇨병은 대표적인 성인병의 하나로 그 예방이나 치료, 합병증 등에 대한 인식이 높다. 그런데 임신성 당뇨병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임신 40여 주 동안 태아와 어머니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진통이 시작돼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이 짧은 기간 속에 수많은 질환이 숨어있고, 많은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임신도 질환이 될 수 있고 임산부 역시 환자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임산부 질환의 하나인 임신성 당뇨병은 말 그대로 임신 기간 중 당뇨병이 생기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발생하면 남은 임신 기간 내내 지속한다. 한국의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2.2~4.9%로 알려졌다. 임신 시 생성되는 호르몬 중 성장 호르몬과 태반젖샘자극호르몬은 건강한 임신과 태아에게 필수적인 호르몬이지만, 인슐린의 작용을 부분적으로 방해하는데 대부분 임산부는 몸의 방어기제로 이를 극복한다.
그러나 임신성 당뇨병이 있는 여성은 충분한 여분의 인슐린이 생성되지 못해 혈당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태아가 커짐에 따라 생성되는 호르몬의 양도 많아지게 되므로 임신 마지막 삼 분기 때 이러한 호르몬의 수치가 가장 높은데, 임신성 당뇨병은 대개 이 시기에 발생한다. 분만 후에는 이러한 호르몬이 빠르게 임신을 하지 않았을 때 수준으로 회복되므로 인슐린의 양도, 혈당도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임신성 당뇨병 증상은 일부에서 고혈당과 관련된 당뇨병 증상(목마름 증가, 소변 자주 보기, 식욕 증가에도 체중 감소, 피로 등)이 보이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예가 더 많고 정상적인 임신부도 흔히 보이는 증상들이어서 임신성 당뇨병 선별 검사가 거의 모든 산모에게 필요하다.
'임신성' 질환들은 대개 임신이 끝난 후 사라진다. 임신성 당뇨병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도 있다. 임신성 당뇨병이 있는 여성은 앞으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임신성 당뇨병을 겪은 여성의 20%가 제2형 당뇨병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전 진찰 기간 중 임신성 당뇨병의 선별 검사를 통한 진단이 꼭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병은 예방할 수 없다. 고위험군의 선별이나 조기 발견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임신 전 체중 조절로 위험도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적절한 영양섭취가 중요해 무조건 낮은 열량의 식이는 권장되지 않는다. 규칙적인 운동과 열량 제한 식이로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 규칙적으로 혈당 관찰을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식이 조절만으로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데, 이럴 때는 인슐린을 쓰게 된다.
혈당의 관리가 중요한 것은 여러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병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한 경우와 달리 임신성 당뇨병은 선천적 기형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대아' 출산 확률이 높아지며,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분만 전 태아 사망(사산)의 가능성이 높고 분만 자체도 힘들다. 분만 전 고혈당 환경에 노출돼 있던 태아는 췌장에서 많은 양의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해진 탓에 분만 후, 아기의 췌장이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므로 일시적인 저혈당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임신성 당뇨병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혈당 검사를 받아야 한다.
2013. 06. 18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