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두 부산성소병원 병원장]
[동영상] 메디컬로 본 영화 속 허와 실 - 영화 '애프터 어스'와 갑상선
숱한 영화 작품 속에 언뜻 보이는, 아니면 주 내용으로 자리 잡기도 하는 의학 분야 장면. 하지만 상당수는 영화의 설정에 그치기도 한다. 의학적 잣대로 따져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영화 속 메디컬 내용의 허와 실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난영화가 흥행이었는데 그 이유를 따져보면 지구 온난화 탓의 이상기온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인류 멸망'을 다룬 영화가 특히 눈에 띈다.
올 상반기만 해도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는 빠질 수 없는 단골 소재였다. 영화 '오블리비언', '애프터어스' 등 미래의 지구는 환경파괴로 급기야 인류 종말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낸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만들어진 영화에서도 환경파괴로 빚어진 극단적인 도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수차례의 잦은 핵실험이 낳은 괴생물체 고질라의 등장으로 뉴욕이 초토화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 탓에 인류도 멸망한다는 말인가?
먼저, 영화 속 괴생물체인 고질라의 비극적 탄생부터 살펴보자. 흔히 핵물질에 노출되면 기형이 발생한다고만 알고 있는데, 의학적으로 볼 때 심각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문의로서 필자는 갑상선 질환과 갑상선암을 꼽고 싶다.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갑상선암 환자가 수십만 명에 달했다.
원전이 터질 때 방사능 요오드가 나오는데 우리가 그 섞인 물이나 공기를 마시면 갑상선암으로 이어지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갑상선이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책임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갑상선이다. 즉, 호르몬 작용의 전반을 담당하는 것이다.
핵물질에 노출됐다는 가설을 세우고 1000년이 지난 미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인류 멸망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애프터어스'를 한 예로 설명해보자.
핵폭탄이 지구 멸망까지 가게 된 원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피폭지역이라면 대부분 열 때문에 사망하겠으나, 그 외 지역이라면 방사능 자체로 사망하는 경우의 수는 상대적이지만 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방사능으로 순간적인 유전자 변이가 생기더라도 세포 내에는 재생 기능이 있으므로 인류멸망으로 간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인류 멸망의 가설은 영화적 설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오카의 핵시설 파괴가 가져다준 처참한 광경과 갑상선의 중요성, 그리고 영화가 던져주는 환경보호와 환경파괴에 관한 경고의 메시지만은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나 그 미래를 지키고 보전할 의무와 책임은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달린 까닭이다.
2013. 05. 14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