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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메디컬 허와 실 <2> 천연 진통제 '엔도르핀'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05-21 (화) 10:04 조회 : 917


[곽종일 구포성심병원 관절센터장]


[동영상] 메디컬로 본 영화 속 허와 실 - 영화 '127시간'과 관절


올해 첫 개봉영화였던 '라이프 오브 파이'를 기억하는지?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에게 극찬을 받았던 영화인 동시에 인간의 끈질긴 생존 능력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비록 픽션이긴 하지만, 도움의 손길조차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좁은 구명보트에 의지한 채 무려 227일을 표류한 주인공 '파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특히,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길들였던 그의 생존술은 감탄사마저 자아냈을 정도.

그렇다면, 인간은 극한 상황에 혼자 놓였을 때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해답은 2003년 4월 25일, 미국의 캐니언 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27세의 아론 랠스턴은 대자연 이곳저곳을 꿰뚫고 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다 믿고 내디뎠던 바위와 함께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팔이 짓눌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팔을 잡아당겨도, 밀어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 가진 거라곤 로프와 칼, 그리고 500㎖의 물 한 병이 전부인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실상 그에게 남겨진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 돌아왔다. 바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127시간이 필요했다. 즉,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이기까지 걸린 시간인 셈이다. 5일 하고도 7시간을 팔이 낀 채로 불편하게 서 있었던 그에게는 어떤 고통이 찾아왔으며 또 어떻게 고통을 이겨냈을까?

먼저 인간은 왜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걸까? 신체 말단의 말초신경계가 자극을 받으면 신호물질이 뇌로 전달돼 고통을 느낀다. 우리 몸이 느끼는 고통은 뇌가 주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즉, 고통의 신호를 통해 지금 자신의 몸 상태가 이상하니 처리를 해달라는 요구이다.

이렇게 우리 몸은 위험한 상황, 급박한 상황에 부닥칠 때 이런 위협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신체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를 흔히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한다. 특히, 생명을 위협받는 때는 반응이 더욱 활성화된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이렇게 고통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 있는 반면, 고통을 억제하는 호르몬도 존재한다. 영화 '127시간'에서 주인공이 직접 팔을 절단하는 장면을 의학적인 측면으로 얘기해 본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엔도르핀이라는 내재성 모르핀이 체내에서 생성돼 일종의 진통제 역할을 했기 때문에 통증이 최소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허나 어찌 고통이 없었을까? 상황은 실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 아론 랠스턴.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의지의 사나이 아론 랠스턴에게 박수를 보낸다.


2013. 05. 21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