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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메디컬 허와 실 <4> 홍상수 영화와 대장암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06-11 (화) 10:20 조회 : 1155


[박용회 부산성소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동영상] 메디컬로 본 영화 속 허와 실 - 홍상수 감독 영화와 대장암 발병 요인
 
-'북촌방향' '하하하', 대장암 발병 원인 종합선물세트-
 
언젠가부터 '부산하면 야구, 야구하면 롯데'라는 수식어는 수학공식처럼 명쾌하게 풀리는 단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이 선수가 항상 빠지지 않는데, 바로 야구계의 전설 최동원이다. 부산 갈매기들에게 영원한 거인이자,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최동원. 그가 2년 전 우리 곁을 떠났다. 원인은 다름 아닌 대장암.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 대장암의 주요 원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줄줄이 나온다는 사실. 큰 이벤트 없이 일상적인 대화만으로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홍상수표 영화엔 유독 술자리가 많이 나온다. 아무래도 어색한 남녀 사이의 첫 만남부터, 연인에 이르기까지, 술자리는 기가 막힌 윤활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반적인 술자리 풍경이 대장암 유발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장암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그 중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 등의 환경적 요인이 대장암에 걸리는 주된 원인이다. 그러면 여기서, 대장암에 걸릴 수 있는 최악의 조합을 한 번 상상해 보자. 아마 잦은 술자리와 흡연 그리고 육식 위주의 식사와 운동부족으로 말미암은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대장암에 걸릴 확률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홍상수 감독의 대표작들인 '북촌방향', '하하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만 보더라도 그 최악의 시나리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항간엔 복병은 제3자에게 있다는 설도 있다. 영화에서도 빠지지 않는 3대 아이콘 중 하나인 여성이 바로 술자리의 원인 제공자라고 말하는데, 현실에서도 성인 남성은 좋아하는 이성과의 관계발전을 위해 무수한 술자리를 만드는 건 사실이다. 또 그렇게 되면 술자리에서 흡연율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기름진 고기를 안주 삼는다면 건강상 심각한 우려가 발생하는 건 당연지사.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아마 여성이 대장암에 간접영향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장암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 암이 그렇듯 소리소문없이 찾아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꾸준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에는 검진 시스템이 잘 돼 있어 40세 이후 특별한 병력이 없다면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받으면 좋다. 그러나 만약 병력이 있다면 1, 2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는 게 필요하다. 이 밖에도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식이 섬유질(채소, 과일류)을 함께 섭취하는 게 좋은데, 섬유질은 발암물질과 장점막과의 접촉시간을 단축하게 하고 장 내 발암물질을 희석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는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듯 건전한 분위기의 술자리는 약이 되지만 지나친 음주와 흡연, 그리고 나쁜 식습관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3. 06. 11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