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박은호 세흥병원 제1내과 과장]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가고 싱겁게 먹으면 혈압이 내려간다'는 설이 있다. 물론 짜게 먹으면 고혈압뿐만 아니라 위암의 위험도 커지므로 싱겁게 먹는 것보다 좋을 것은 없다. 하지만 싱겁게 먹는다고 해서 모두 혈압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소금을 줄여 혈압이 잘 떨어지는 사람은 염감수성, 저염식을 해도 혈압 변화가 없는 사람은 염저항성 고혈압으로 보는데, 염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아무리 저염식을 해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 예가 많다.
염감수성 고혈압은 특히 고령층에서 많다. 이러한 사람은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하루 2g 이하로 줄이면 기존에 복용하던 혈압약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염저항성 고혈압일 때에는 어차피 싱겁게 먹어도 혈압이 안 떨어지니 짜게 먹어도 될까. 그렇지는 않다. 염저항성 고혈압 환자도 소금 섭취량을 늘리면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발병 위험이 증가하므로 저염식을 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국을 선호하고 김치와 같은 염분이 많이 들어간 반찬이 많은 편이므로 짠맛에 쉽게 길든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식습관에 관한 지혜가 필요하다.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대부분 국물까지 다 먹는데다 빨리 먹게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입안에서 침에 의한 소화작용이 부족해 위와 장에 부담을 주고, 상대적으로 염분의 섭취가 많아진다. 따라서 가능한 국과 밥을 따로 먹으면서 국물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 또 간을 낼 때 후추, 고춧가루 등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염분 섭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고혈압과 위암 발생 위험 외에 염분의 과잉 섭취로 설사와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설사는 염분이 장에서의 수분 흡수를 방해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두통은 과도한 염분 섭취와 함께 수분이 저류되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절인 육류나 붉은 육류가 대장·직장암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으며, 이러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 않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하루 400g 이상 먹으면 구강암, 식도암, 위암, 대장·직장암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염분이 모자라도 문제다. 특히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과도한 육체 노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 설사 등을 할 때 나트륨 저하가 올 수 있는데, 이 때문에 피로, 권태, 식욕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운 환경에서 심한 노동이나 운동을 한 후, 또는 심한 구토나 설사 후에는 수분과 함께 염분을 보충해 줘야 한다. 이 밖에 혈액 검사 시 저나트륨 혈증 소견이 나타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 부신 기능저하증, 항이뇨호르몬 부적절 분비 증후군, 또는 이뇨제와 같은 항고혈압제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염분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고, 과도하게 수치가 떨어지면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짜게 먹는 것보다는 싱겁게 먹는 게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염저항성 고혈압이라면 싱겁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식이요법과 적절한 약물 요법이 함께 요구된다.
2013. 04. 23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