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신 세브란스유바외과 과장]
우리는 종종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믿기 때문에 나의 진심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진심을 전달받으려 노력한다. 진심을 전달하는 과정을 소통이라 하고, 그 진심이 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을 공감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는 이를 실천할 일이 너무나 많이 있다.
운전이 서툰 앞차를 보고 경적을 울리거나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하는데 만약 그 운전자가 여동생이나 직장동료라면 어떻겠는가?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눈이 마주친다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심정일 것이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서 계시는 나이 지긋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자기 어머니라면 그냥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공감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말처럼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공감하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여러 서비스업뿐 아니라 의료계 역시 요즘엔 '서비스 정신'이나 '친절 교육'을 매우 강조한다. 모든 고객(환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파서 힘들어하는 환자라면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 보여주기 식이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웃음과 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필요와 아픔을 이해하고 진정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바로 공감이 전제된 진정한 친절이다.
유방암 검진과 치료를 주로 하는 나도 이런 일은 많다. 50, 60대에서 암이 발견되면 엄마 같은 마음이 들어 딸 같은 심정이 된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발견된 암환자에게는 충격의 강도가 더 클 것임을 알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행히 발견된 암이 초기이고, 전체 절제가 아닌 부분절제로 완치할 수 있고, 수술 후 검사 결과에서 완치율이 높은 유방암의 유형(subtype)이 적힌 최종 결과지를 받아 보게 되면 너무나 기쁘다.
진단된 당시에는 함께 아파하며 위로하고, 치료를 격려하고, 치료 후에는 그들과 함께 기뻐하는 것이 진심이다. 직접 물어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암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비용은 걱정이 없는지, 치료 과정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 어린 자녀가 있다면 치료기간 동안 돌봐줄 사람은 있는지 걱정된다. 이런 마음을 다 전달할 방법은 없지만 나로서는 그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부분을 찾는다.
간혹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으며,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진단과 치료과정에 나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서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원망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다. 나는 저들이 완치되기를, 치료과정에서 불편함이 없기를, 몸이 아파 오는 마음의 여러 상처와 고민들이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제까지라도 이런 마음으로 일할 각오를 다지면서 진심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공감되어 치료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힘든 치료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그렇게 진심이 통하는 함께 사는 세상이 조금씩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2012. 12. 04 국제신문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