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이병준 미즈웰산부인과 대표원장]
- '태아에 좋다' 인식 확산
- 5년 간 연평균 0.5% ↑
- 젠틀버스 창시자
- "의료개입 최소화땐
-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많이 분비"
(자연분만을 위해 마련된 산모교실에 참가한 산모와 남편들이 부부체조를 하고 있다. 미즈웰산부인과 제공)
분만실을 들어서면 은은한 조명에 부드러운 음악이 흐른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품에 안겨 체온을 느끼고 심장박동소리를 들으며 안정을 찾아간다. 폐로 산소를 마시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5분 정도가 흐른 뒤 아빠는 아기의 탯줄을 잘라준다. 아기가 중력에 적응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엄마의 양수와 같은 온도의 욕조에서 목욕시킨다. 아빠는 평소에 즐겨 들려주던 태교송을 부르며 아기의 팔과 다리를 어루만진다. 몸을 씻은 아기는 곧장 엄마의 품에 다시 안겨 젖을 찾아 문다.
강은희(31·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지난달 30일 요즘 인기 있는 젠틀버스 분만(일명 르봐이예 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강 씨는 아기의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자연분만을 택했다.
■자연분만 관심 급증
자연분만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연분만 산모가 2007년 인구 10만 명당 1659명에서 2011년 1684명으로 연평균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비싼 제왕절개분만은 1105명에서 1109명으로 연평균 0.2% 느는 데 그쳤다. 특히 부산의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2.4% 증가한 반면 제왕절개분만은 1.7% 증가했다. '제왕절개의 왕국'이라는 민망한 찬사(?)까지 받던 우리사회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분만 산모가 가장 많은 30∼34세에서 자연분만이 2.7%, 제왕절개분만은 1.1% 늘어났다. 25∼29세 연령층의 경우 자연분만은 4.6%, 제왕절개분만은 4.5% 각각 감소했다. 자연분만은 40∼44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13.7%)을 보였고 제왕절개분만은 19세 이하(11.4%)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나이가 많다고 제왕절개를 하지 않는 고령 산모가 늘고 있다"며 "아기의 자세가 거꾸로 돼 있거나 이전에 자궁수술을 한 경우 등 제왕절개가 더 낫다고 판단할 때만 수술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35세 이상이면 고령산모로 분류한다.
전체 자연분만 산모는 합계 출산율 저하에 따라 2007년 22만6000명에서 2011년 22만5000명으로 연평균 0.1%, 제왕절개분만 산모는 15만1000명에서 14만8000명으로 0.4% 줄었다.
■생명의 섭리따라 분만
자연분만에 대한 관심은 생명의 섭리에 따라 분만하는 것이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 각종 연구 결과 태아가 태어날 때 환경적 소음은 심장박동률과 호흡,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임산부의 좋지 못한 정서는 신생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만환경은 태아의 건강 IQ EQ 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젠틀버스 창시자인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인 르봐이예 박사는 "의료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될 수 있다"며 "제왕절개술이나 의료 개입 분만이 많아질수록 아기는 훗날 폭력적으로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진통이 시작돼 아기를 낳기까지의 시간 동안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체내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흔히 자궁 수축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산모에게 모성이 강해지도록 해 주고, 아기에게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도록 하는역할을 한다. 이런 옥시토신의 분비는 본능에 의존하는 뇌의 뒷 부분에서 일어난다.
2012. 07. 24 국제신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