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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다듬고 치대고 나르고…김장과 씨름하다 허리가 파김치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11-25 (화) 15:07 조회 : 803


[도움말 = 박태식 부산힘찬병원 주임과장(신경외과 전문의)]

- 초겨울 허리병 20% 급증 -


- 구부린 채 일하다 일어나거나
- 갑자기 무거운 것 들다 '삐끗'
- 요추염좌나 디스크 악화 많아
- 뒤로 젖혀 아프면 척추관협착증


주부 이모(60) 씨는 김장을 앞두고 몸살 기운을 느꼈다. 재료 준비로 시장을 돌아다녔고 절인 배추를 새벽에 일어나 뒤집느라 찬바람까지 쐰 탓이다. 그런데도 30포기 배추를 치대고 나르면서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다. 평소 허리 통증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검사 결과, 이 씨는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됐다. 배추, 무를 다듬고 헹구는 등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 주부들은 운동 부족으로 허리에 지방층이 많고 인대나 근육이 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추위로 인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굳어 있어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면 급성요추염좌가 생길 수 있다. 등을 구부리는 자세는 체중의 2.5배 압력을 척추에 가하게 돼 디스크의 원인이 된다.


부산힘찬병원 통계에 따르면 김장철 신경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20% 가량 늘어난다. 이 씨처럼 무리하다 급성 요통을 겪거나 평소 디스크를 앓다가 김장을 하면서 증상이 심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장 뒤 요통으로 병원을 찾는 주부 중에는 요추염좌가 가장 많다. 급하게 일어나거나 무거운 것을 들다가 통증을 느낄 때 '허리를 삐끗했다'고 하는데, 이를 요추염좌라고 한다. 이는 허리를 지탱해주고 허리 주변을 단단히 고정하는 인대와 근육 등이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질환이다. 왼·오른쪽 어느 한쪽이 더 아픈 게 특징이다. 치료 없이 통증을 참거나 파스 등으로 자가치료를 하면 약해진 인대와 근육이 허리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만성 요통을 유발하고 습관성 염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허리 통증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의심해봐야 한다. 추간판(디스크)은 척추뼈 사이에 있는 탄력적인 조직으로, 몸을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압박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 갑자기 힘을 강하게 쓸 때, 장시간 앉아서 작업할 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런데 디스크와 착각하기 쉬운 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이라는 게 있다. 이는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것이다. 디스크는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느껴지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진다. 단순한 요추염좌는 소염제와 물리치료로 2~3일 내 호전된다. 하지만 김장 후 통증이 1주일 넘게 이어지거나 평소 요통이 더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X-ray)나 골밀도 검진, MRI 등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염좌가 아니라 충격으로 인해 디스크가 돌출됐다면 급성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초기 디스크이면 침상 안정이나 약물요법, 물리치료 등을 통해 대부분 상태가 좋아진다. 이것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풍선확장술, 고주파수핵성형술,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 치료법을 적용한다. 그래도 호전이 없다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중 풍선확장술은 최근 주목받는 방법이다. 국소마취 후 꼬리뼈 쪽에 카테터(가는 관)를 이용, 협착 부위에 풍선을 직접 넣고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척추관 안에 공간을 만들어 혈류 장애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게다가 시술시간이 20분 안팎으로 짧고 절개를 하지 않아 출혈이 거의 없다. 회복 또한 빠른 편이다.



# 물건 들때 무릎 굽히면 허리 부담 절반


김장철 허리 통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무거운 것을 혼자 들지 않아야 한다. 최소 두 명 이상이 들면 허리 부담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또 식탁 위에 재료를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작업하고, 무릎이 90도 이상 꺾이지 않도록 보조의자를 사용하는 게 좋다.

설거지를 할 때도 10㎝ 정도 높이의 받침대를 이용해 다리를 번갈아 올려주면 척추 피로를 덜 수 있다. 특히 물건을 들 때 허리만 굽히면 무게의 대부분을 온전히 허리 관절 혼자 감당한다. 따라서 무릎을 함께 굽혔다가 들고 일어서야 허리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

관절 질환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과 휴식이다. 김장 후에는 푹 쉬면서 스트레칭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들어올리는 자세(사진1)를 하면 허리 주변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엎드려 누웠다가 양 손과 팔꿈치를 바닥에 닿게 한 채로 상체를 들어올리는 자세(사진2) 또한 허리질환을 예방하는데 좋다.


◇ 이럴 땐 허리디스크 의심을

1. 통증이 허리와 다리로 뻗친다
2. 앉아있을 때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3. 나도 모르게 팔걸이에 기대고 힘을 준다
4. 누워서 다리를 들 때 통증이 생긴다
5. 나도 모르게 삐딱하게 앉는다
6. 기침할 때, 대변을 볼 때 허리 통증 악화
7. 발바닥이 시리거나 따끔거린다


2014. 11. 25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