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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한 명에 분야별 전문의 다섯이 치료한다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7-14 (화) 11:17 조회 : 711


[사진 = 양광모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장]

< 환자 한 명에 분야별 전문의 다섯이 치료한다 >
-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 각광 -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주치의인 소화기내과 전문의 등 5명의 의사들이 간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

- 환자 여러 진료과 방문 불편 줄여 
- 소통 통해 최적의 치료방법 찾아 
-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고신대병원 도입 


소화기내과, 외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 5명이 각각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두고 둘러앉아 있다. 잠시 후 환자와 보호자가 들어온다. 대형 화면에는 환자의 간을 찍은 CT사진이 보인다. 

주치의인 소화기내과 과장이 환자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한다. "화면상 환자의 간 왼쪽 부분에 검게 보이는 부분이 암입니다. 오른쪽엔 1.5㎝ 크기의 암으로 의심되는 작은 점이 보입니다. 치료는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수술로 왼쪽 부분의 간을 대부분 절제하고 오른쪽 작은 부분은 고주파 열치료로 태우는 방법입니다.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면 색전술로 왼쪽 간암 부분을 치료한 후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환자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한다. "수술하게 되면 후유증이 있다거나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번엔 외과 과장이 답한다. "어차피 암으로 덮여 있는 부분은 지금도 기능을 하지 않는 상태라 수술하셔도 불편함을 느끼거나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다시 보호자가 "방사선 치료나 색전술, 고주파 치료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고 묻자 영상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의사가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한다. "암의 큰 부위는 주로 색전술로 치료합니다. 색전술은 항암제의 색전물질로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시술입니다. 고주파 치료는 병변 부위를 전기를 이용하여 태우는 시술로 비교적 작은 병변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추가로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여 치료도 가능합니다."

이후 추가로 몇 가지 질문과 답이 오가고 나서, 각 전문의들이 간단히 마무리 의견을 전달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가능한 치료법에 대해 완전히 이해를 한 상태. 이제 어떤 치료를 받을지 최종 결정만 남았다. 

주치의인 소화기내과 과장이 "최종 결정은 저와 따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최근 시작한 다학제 통합진료의 한 단면이다. 과거에는 환자 본인이 직접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를 방문해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다학제 통합진료는 해당 암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관련된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한 장소에 모여 한 명의 암환자를 두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최상의 치료법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진료 대기시간을 줄이고 공간 이동의 불편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최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과 요구권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다학제 통합진료는 의사 중심의 진료에서 탈피해 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새로운 형태의 맞춤형 진료시스템인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다함께 모인 자리에서 각 분야 전문의들은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의 치료 방법과 순서를 논의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병행 유무 등에 대한 최적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도 한다.  

양광모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은 "환자를 치료할 때 고려할 사항은 병기뿐 아니라 전신상태, 체력, 스트레스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수술적 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의 순서와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과 함께 기존 질병이 재발하거나 전이 또는 합병증 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또 다른 질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 다학제 통합진료는 최적의 방법을 신속하게 결정하여 치료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의학원은 지난달부터 간암과 두경부암의 다학제 통합진료를 시작했으며, 점차 적용 분야를 넓혀갈 방침이다. 다학제 통합진료 적용 여부는 주치의의 판단과 환자 및 보호자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 실효성이 입증돼 정착된 제도로, 현재 서울지역 대형 병원에서는 5, 6년 전부터 다학제 통합진료가 시행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2013년 고신대복음병원 장기려기념암센터에 다학제 협진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상욱 고신대복음병원장은 "치료 성공의 중요한 요소는 의료진들 간의 소통과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라며 "다학제 협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14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