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총 게시물 523건, 최근 0 건
   
“국가난임관리시스템 구축 가장 시급…난자은행 국내도 합법화해야”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3-05-03 (수) 10:41 조회 : 227

초저출생 시대 난임 극복 부산 의료 전문가 좌담회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

▷부산센텀병원 박남철 경영원장

- 난임진단 남성 10년새 2배 급증
- 현실과 동떨어진 韓 생명윤리법
- 외국처럼 난자 구할 길 열어줘야
- 제도가 신세대 가치관 못따라가

- 정책 총괄 ‘인구청’ 설립 등 절실
- 난임·암환자의 정자동결 보존은
- 보험급여 대상으로 전환 필요성
- 다양한 형태 가족도 법적 인정을
세화병원 이상찬(오른쪽) 병원장과 박남철 부산센텀병원 경영원장이 지난달 26일 세화병원에서 가임력 보존·증진과 난임 극복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국가 난임관리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보관 비용에 대한 지원, 난임·암환자의 정자 동결보존에 대한 보험급여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꼴찌이다. 특히 부산은 0.72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낮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산부인과·비뇨의학계 전문가인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포럼신사고’ 대표), 부산센텀병원 박남철 경영원장(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 전 부산대병원장)과 함께 가임력 증진 및 난임 극복 방안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과거에비해 의료계 현장에서 체감하는 저출산 상황은 어떤가.

▶이상찬 =지난 1960~70년대 40세 여성의 가정에는 아이가 여러 명이었는데, 지금은 40세가 되어도 미혼이나 무자녀인 경우가 많은 것을 절실히 느낀다.

▶박남철=예전에는 20대 후반부터 노총각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30대 후반이 넘어도 그렇지 않다. 결혼해 수입이 2배 늘어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DINK)족’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청년층의 결혼·출산관이 달려졌다.

-근래 난임 환자들의 주요 특징이나 경향에 대해 말한다면.

▶이=요즈음 난임 환자의 나이가 30대 중반이면 젊은 축에 속한다. 저희 병원에서는 난임 환자 중 38세 이상이 전체 50%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40세 및 45세 이상도 점점 많아진다. 30대 중반과 40세 이상의 난자 상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박=과거 난임은 주로 여성의 문제로 인식됐다. 하지만 성별 원인은 남성 40%, 여성 40%, 양성 20% 정도이다. 환경오염이나 과로, 스트레스, 흡연·음주 등에 의한 남성 난임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난임 진단을 받은 남성은 2011년 5만173명에서 2020년 10만653명으로 2배 급증했다.

-여성의 난자·배아 동결보관, 남성의 정자 동결보관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미혼 여성이 젊었을 때 채취한 난자는 그만큼 건강해 임신율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난자를 미리 냉동보존하는 것이 좋다. 40세 전후 난소기능이 저하되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더라도 임신율이 낮아진다. 예컨대 어느 35세 여성은 연령보다 난소기능이 낮게 나왔다. 그래서 난자를 냉동보존했다가 42세에 결혼한 후 보관난자 중 4개를 이용해 결국 임신·출산에 성공했다. 또 나머지 5개로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박=국가 가임력 보존과 출산율 증대를 위해 중요한 사업인데, 아직 괄목할 성과가 없다.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 고위험 직업군에 대한 사회적 정자동결 활동은 OECD 최하 수준이다. 난임 및 암 환자의 정자 동결보존조차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고, 건강보험의 보편적 의료서비스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정자은행과 난자은행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이=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난자를 구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에는 난자은행이 있어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난자를 구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난자은행이 없기 때문에, 임신을 절박하게 원해도 현실에 맞지 않는 생명윤리법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의 난자를 구하려면 생명윤리법을 어겨야 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비현실적인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외국처럼 합법적으로 난자를 구입할 수 있는 난자은행 설립을 허가할 필요가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의 정자가 필요할 경우에는 스스로 기증자를 찾아서 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정자은행을 이용하면 된다. 그처럼 난자은행도 설립돼 난임 환자에게 합법적으로 난자를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

▶박=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정자은행의 의료산업화 성공뿐만 아니라 비혼 여성에 대한 비배우자 인공수정과 대리모를 허용하고, 중국과 프랑스 등은 국가정자은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런 배경에는 신세대의 변화된 가치관과 윤리기준에 대한 유연한 대응, 출산·양육을 원하는 난임 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인정 등이 바탕을 이룬다.

▶이=저희 병원의 정자은행에는 선의로 정자기증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메일이 들어온다. 하지만 무조건 받는 것은 아니다. 정밀검사 등으로 선별하고 기준에 맞는 정자를 받아 보관하는데, 금전적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 서울의 어느 대학생은 자비로 부산에 두 번 내려와 정자를 기증한 사례도 있다.

-가임력 증진과 난임 치료를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이=회사나 직장에서 병원 방문이 편하도록 해야 한다. 난임 검사나 시험관아기 시술에는 보통 2~3주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3~4차례 병원에 오게 된다. 직장을 다니는 난임 여성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또한, 40세 이후 늦은 결혼을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의 난자 동결보관에 대한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한 부부의 난임시술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보조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혼 여성은 경제적 여건이 미흡한 점을 감안해 난자 동결비용에 대한 보조가 이뤄져야 한다.

▶박=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도 저출생이 오히려 심화된 것은 예산이 필요한 곳에 못가고 줄줄 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출산장려금 상향 지급 같은 진부한 정책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 가임 미혼 연령층과 무자녀 부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옳다. 그런 점에서 인구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청’ 설립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공공 주거시설 입주 우선권, 공공 육아시설 확대, 세제 혜택, 출산·육아휴가 총량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성 간 결혼 외에도 사실혼, 비혼 독신 여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제도 및 관계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하겠다.

--정부 정책당국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박=‘국가 난임관리시스템’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 이는 가임력 보존 및 난임 부부 치료 지원 확대, 치료 불가한 난임 부부에게 비배우자 인공수정 혹은 대리모, 입양 등으로 가족 구성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난임 부부에 대한 치료지원 확대는 가장 효율적인 저출산 극복 정책이다. 특히 암 환자 및 난임 환자의 정자 동결보존은 병적인 상황에 의한 것이라, 보험급여 대상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또 난자·정자의 기증 및 수증과 관련한 국가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난임 조기 진단·치료를 위한 미혼 청년 무료 정액검사 프로그램, 고위험 직업군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정자 동결사업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부산에는 16개의 난임 전문병원 및 배아생성 의료기관, 세계적인 정관복원술을 비롯해 국내 최고의 ‘난임치료 클라우드’가 구축돼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끝으로 난임 환자(부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이=난임 시술의 임신율 증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연령이다. 젊을수록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율은 높아지며,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율은 떨어진다. 아기를 원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필요한 난임 치료를 받기 바란다. 치료 후 임신이 안 되더라도 결코 실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희망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바란다.

▶박=난임은 남성·여성 인자가 동시 평가돼야 한다. 그리고 부부의 상호협력적 생활습관 교정, 조기 진단·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내과·외과적 원인을 모두 조사하고 그에 맞춰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필요에 따라 체외수정술이 시도될 수 있지만, 체외수정은 경제적 부담과 낮은 성공률 등의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난임 치료는 일차적으로 자연임신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산부인과·비뇨의학과·내분비과 등 관련 전문가들이 다학제적 협진을 해야 치료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