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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메디컬 허와 실 <5> '언터처블'과 척추질환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06-18 (화) 13:45 조회 : 1202


[한동훈 부산센텀병원 정형외과 과장]
 
 
[동영상] 메디컬로 본 영화 속 허와 실 -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과 척추질환
(간호의 손길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과 가진 것이라고는 건강한 신체뿐인 하위 1%의 백수 드리스. 극과 극, 두 남성의 예측불허 동거를 통해 살펴보는 척추 질환. 센텀병원 한동훈 정형외과 과장이 친절하게 안내한다.)
 
 
-전신 마비된 백만장자의 성감대는 귀라는 사실-
 
하늘을 나는 짧은 비행, 스카이다이빙.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엄두도 못 낸다는 익스트림 레포츠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남자가 도전을 앞두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2007년 개봉했던 영화 '버킷리스트'의 한 장면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그런데 그들이 스카이다이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공포와 스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정반대의 사연을 가진 영화도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전신 불구가 된 백만장자와 남자 간병인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승부욕이 남달랐던 주인공은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경추 3, 4번이 부러졌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판정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기둥과도 같은 척추가 다치면 어떻게 될까. 척추 신경이라 함은 머리 바로 아래 경추(목뼈)부에서부터 흉추(등뼈)부, 요추(허리뼈)부 및 천추(꼬리뼈)부에 이르는 것으로 흔히 그 손상 부위에 따라 전신마비 또는 하반신 마비 등을 일으킨다. 쉽게 말해 손상 받은 부위 이하로 운동 및 감각신경이 마비되는 것이다. 이를 풀어쓰면 요추부에서의 손상은 주로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경추부에서의 손상은 상지 및 하지의 운동과 감각신경의 자의적인 운동이 불가능한 전신 마비에 이르게 된다.

그럼, 대부분 사람은 전신마비 환자에게 어떤 궁금증을 가질까. 이 영화는 우리가 궁금해할 곳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영화 속 주인공의 성감대가 귀라는 사실. 그럼 그들은 정상인보다 얼굴 감각이 더 발달할까. 예를 들어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은 청각이나 촉각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정상인과 비교하면 감각이 뛰어난 건 사실이다. 사지 마비 환자도 주로 표정이나 그 외의 기능에 의존하며 살아가므로 충분히 더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영화 속 주인공이 한 장의 그림을 놓고 다시 일어서는 상상을 한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도 이런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난다. 일부 방송에서 기적적으로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돌아오는 환자들을 보여주는데 이런 사례는 척수 신경의 완전 손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완전히 손상됐을 때 최소 6개월간 재활치료를 하게 되면 불수의적 운동(환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움직임) 등을 보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금까지 익스트림 레포츠를 소재로 한 두 가지 상반된 영화를 살펴봤는데, 한 가지 명확한 결론은 버킷리스트를 완성할지 실패할지는 안전수칙을 지키는 우리의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 06. 18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