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소주 한 병이나 500㎖ 맥주 두 병 정도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출혈성 뇌졸중을 10년 이상 일찍 겪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의대·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에딥 구롤 박사팀은 미국신경학회(AAN) 저널 ‘신경학(Neurology)’에서 뇌출혈 입원 환자 1600여 명의 음주량과 뇌출혈 간 관계 추적 연구에서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3∼2019년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 입원한 뇌출혈 환자 1600명(평균 연령 75세)을 대상으로 CT(컴퓨터 단층촬영)로 뇌출혈 크기와 위치를 평가하고,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뇌의 미세혈관 손상 여부를 분석했다. 또 알코올 14g(355㎖ 맥주 한 캔)을 한 잔으로 정의해 하루 석 잔 이상을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을 과음자로 분류해 술을 마시지 않거나 음주량이 하루 석 잔 이하인 사람들과 비교했다. 전체 참가자 중 104명(7%)이 과음자로 분류됐다.
그 결과 과음자들은 비음주자에 비해 뇌출혈 발생 평균 나이가 64세로 비음주자 평균(75세)보다 11년이나 빨랐다.
과음자의 출혈 크기는 평균 70% 더 컸고 심부 뇌출혈이나 뇌실(뇌 속 체액 공간)로 출혈이 퍼지는 형태의 출혈을 겪을 가능성이 배로 높았다. 또 과음자는 뇌 미세혈관질환으로 뇌 백질 손상 징후를 보일 확률이 3배 이상 높았고, 하루 두 잔 정도 음주도 뇌출혈 발생 시기를 유의미하게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롤 박사는 “뇌출혈은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뇌졸중으로 주요 원인은 뇌의 미세혈관질환”이라며 “이 연구 결과는 과음이 출혈의 심각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뇌 미세혈관에 장기적인 손상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과음 습관을 줄이면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뇌의 미세혈관질환 진행을 늦춰 추가적인 뇌졸중, 인지기능 저하, 장기적 장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