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안전도시 공인 획득 목표
- 올해 24만여명 소생술 교육 등
- 국내외 행사서 치료 지원 활동
- 산재환자 등 초기 대응 미흡땐
- 장애인 확률 커 사회부담 늘어
- 사비 털어 안전망 등 확충 노력
뼛속까지 의사란 느낌이 들었다. 선이 굵은 얼굴에선 외과의사로서의 고집과 자부심도 느껴졌다.
대한손상예방협회(KIPA·이하 키파)의 탄생 배경과 역할, 앞으로 계획을 설명하는
박종호(56) 회장(센텀의료재단 이사장·부산센텀병원장)의 말투에선 사회환원에 대한 의무감이 배어 있는 듯했다.
일반인에게 낯선 대한손상예방협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냐고 묻자 박 회장은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부산이 WHO CCSP(세계보건기구 지역건강증진센터)로부터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펼치고 장기적으로 안전한 도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민간 단체입니다. 심폐소생술 교육, 학교안전교육 등 도시가 사회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안전도시 공인은 2014년 상반기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는 "굴뚝산업이 쇠퇴하고 대신 관광이나 컨벤션 산업 등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부산으로서는 도시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으면 도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각종 대규모 행사를 유치할 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키파의 활동을 보면 단체 성격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키파는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11월 29일 창립됐다. 키파는 이후 2년 동안 구조 및 응급처치에 대한 교육을 하고 마라톤이나 걷기 대회 등의 국내 행사는 물론 2011년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와 같은 국제 행사 때 응급의료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키파는 올해만 중·고교생 17만 명을 포함해 총 24만600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안전교육 등을 시행했다.
박 회장이 키파 창립을 주도하고 운영하면서 투입한 사비만 25억여 원. 박 회장은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부금 지정단체도 아닌 키파의 운영비를 사실상 전액 부담하며 국제안전도시 공인 사업에 애를 쓰고 있다.
"키파에 왜 그렇게 애착이 많으냐"고 묻자 답은 역시 30여 년 외길을 걸어온 정형외과 의사다웠다. "의대(부산대) 졸업 후 부산센텀병원과 서부산센텀병원을 운영하는 등 정형외과 전문의로 수술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사고를 당한 응급 환자의 경우 (초기 대응이 잘못되면)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대부분 장애인이 됩니다. 옛날에는 교통사고 산업재해가 지금보다 굉장히 많았잖아요. 장애인이 되면 본인과 가족의 고통은 물론이고 사회가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미흡한 안전망으로 발생하는 사회적인 부담을 줄이고 싶었다는 얘기다.
이어 박 회장은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뉴스를 보고 3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그린닥터스 센텀병원'이란 긴급구호단을 결성했어요. 구호 활동을 다녀온 뒤 대형 사고나 재난 때 국가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외에 민간 차원의 응급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에 정형외과 신경외과 화상외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손상을 입은 응급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등 25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대한손상예방협회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성했습니다."
박 회장은 "중국 구호 활동 때 봉사의 즐거움을 알았고 세계개발원조총회 폐회식 때 팔 골절 사고를 당한 프랑스 대사를 현장에서 바로 응급조치한 뒤 치료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부산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2. 12. 26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