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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피플] 28년간 밴드활동·후원 이재준 미래여성병원 원장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2-04 (수) 10:08 조회 : 1112


[이재준 미래여성병원 원장]

- "고비마다 나를 위로해준 음악 … 의술과 함께 베푼다" -

- 어려운 가정환경 속 의대 진학 
- 힘들 때마다 나를 치유해줘 

- 기부콘서트 5회째 준비하며 
- 다음 달 생애 첫 앨범 발표도 


본격적인 음악 경력은 헤비메탈부터 시작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음악에 빠졌고, 인제대 의대 재학 중에는 록밴드 '파이오니아(Pioneer)', 의사가 된 이후에는 '미래락'과 '리겔' 등 아마추어 밴드의 리드 보컬로 활동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28년 음악생활 동안 일렉트로닉, 인디 록,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다음 달에는 생애 첫 앨범도 출시한다. 록음악 마니아인 이재준(47) 미래여성병원 원장은 삶의 고비마다 음악에서 위로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미래여성병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어깨까지 닿는 장발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원장실 벽면 곳곳에는 대학 밴드 시절 그의 사진과 음악팬들이 그려준 초상화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는 7일 오후 5시 부산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5회 도시락(樂)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이들의 도시락(급식) 비용을 지원하는 록 콘서트로 이 원장은 2004년 1회 때부터 후원자이자 초대 밴드로 동참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리겔&히든히어로'의 메인 보컬로 힙합, 댄스, 통기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저의 작은 재능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좋은 일도 한다는 점이 이 콘서트를 매년 지원하고 무료 공연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편안하게 와서 음악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지만, 이 원장의 삶은 노래가 흐르듯 순탄치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집이 어려워지면서 친척은 모두 떠났고 이 원장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배신감과 고통을 겪었다. 힘들 때 찾아온 건 음악이었다. "당시 주변에 소위 '노는 친구'가 많아서 나쁜 길로 빠졌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 유일하게 위로가 된 것이 음악이었어요. 혼자 운동장 구석이나 학교 뒷산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많은데 밴드 활동을 할 때만큼은 잡념을 잊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그 어렵다는 의대에 진학해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의 힘'이기도 했지만, 고교 2학년 때 만난 담임선생님의 눈물겨운 관심과 지도 덕분이었다. "선생님은 제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그분이 대학 졸업 때까지 뒷바라지해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어요. 힘들었던 경험과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이 기부활동의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노래를 계속하기 위해 7년 전부터는 술과 담배를 끊었고, 머리도 지금처럼 기르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어린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평상시 그는 가죽점퍼와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이는 것도, 진료실에서 즐겁게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비결도 모두 음악 덕분이란다. 

이 원장은 지난 28년간 밴드 활동과 100회가 넘는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달 프로젝트 밴드 '이심(二心)'이라는 이름으로 생애 첫 앨범을 발표한다. 그가 직접 작곡한 뉴에이지풍의 배경음악이 주를 이룬다. 오는 6월에는 2집 앨범도 나올 예정이다. 병원 업무에 앨범 준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콘서트를 앞둔 그는 퇴근 후 거의 매일같이 병원 인근 연습실을 찾고 있다. 그동안 지역 밴드 후배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온 이 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음악은 제게 인생이자 치유입니다. 좋아서 즐기다 보니 기부 콘서트도 5회째 열게 되고 앨범도 내게 됐습니다. 원래 록을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힙합 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공연을 즐기고 좋은 에너지를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자신을 치유하고 남을 돕는 노래, 이 원장의 노래는 그의 의술만큼이나 지금 우리 시대의 '힐링'이 되고 있다.


2015. 02. 04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