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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감기, 힘든 삶 사는 사람들을 돌아본다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3-10-31 (화) 09:14 조회 : 81

김윤진 부산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목이 아프다. 콧물이 난다. 기침이 난다. 가래가 있다. 몸이 찌뿌둥하다. 밤사이 목이 퉁퉁 부었다. 아침밥을 넘기기 힘들다. 온몸이 아프다. 환절기에 많이 생기는 감기 증상이다. 주로 일반 감기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세균, 무서운 바이러스인 독감, 코로나도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된다.

그림= 서상균 기자
감기가 생기면 증상에 따라 여러 가지 약물을 처방한다. 목이 아프지 않게 하는 약물, 기침을 멈추게 하는 약물, 가래를 삭이는 약물, 몸을 편안하게 하는 약물 등이 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세균성 감염이 있으면 항생제,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감염이 진단되면 바이러스 치료약을 사용한다. 심하지 않으면 대개 2, 3일 지나면 좋아지고 대부분 1주일 이내 정상으로 돌아온다. 환절기 감기의 일반적인 양상이다.

감기가 환절기에 많아지는 이유는 우리 몸이 감기 균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원인이 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사람의 면역력이 변하기 때문이다. 몸에는 어느 계절이나 마찬가지로 균이 들어오지만, 환절기가 되면 균은 더 강해지고, 몸의 면역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환절기에 자칫 건강 관리를 잘못하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인간의 면역력보다 세어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다.

여러 이유로 면역이 저하된 사람들이 환절기 감기에 잘 걸린다. 환자들 중에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무리한 줄을 알지만 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 어쩔 수 없이 매일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전염을 걱정하면서도 복잡한 버스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 환절기 감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환절기 감기는 사람들의 힘든 삶을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어려워진 사회경제적인 상황으로 취약해진 몸과 마음에, 무리한 일정과 스트레스로 떨어진 신체면역력이 더해져 감기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에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감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떤 감기 환자에게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힘든 하루가 있었을 수도 있다.

감기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손을 잘 씻는 것과 마스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균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면역 강화는 감염 예방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다. 면역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 편안한 마음, 여유 있는 일상, 무리하지 않는 생활이 필요하다. 유행시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예방접종이다. 감기와 비슷하지만 더 심각한 독감과 코로나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

최종적으로 감기를 낫게 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회복력이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균에 대한 개개인의 면역이 강해져야 낫는다. 약물은 병을 낫게 해 주기보다는 감기를 가볍게 넘어가도록 돕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도울 뿐이다. 스스로 면역력이 있어야 감기균을 이길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스트레스의 극복, 안정적이고 무리하지 않는 생활이 감기를 이기는 힘이다.

환절기 감기는 감염과 면역의 경계에서 건강을 지키며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한다. 환절기 감기는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 한 켤레’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질병 언어로서 환절기 감기는 면역이 저하될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한 개인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너무 바쁘게 지내지 말라. 너무 불안해 말라. 너무 무리하지 말라. 좋은 일도 너무 지나치지 말라. 건강에는 나쁜 일만큼 나쁘다. 모두 면역을 떨어뜨린다. 모든 일을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절기 감기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