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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3> 배구 선수들의 필수품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06-27 (목) 11:22 조회 : 1573


[곽현 아주재활병원 병원장]
 
-블로킹, 스파이크 … 파워풀한 기술 뒤엔 '반창고'가 있다-
 
 
배구 시즌이 막 끝났다. 선수들은 많이 지쳐 있을 것이나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때는 경기 내용이 불꽃이 튈 정도로 박진감 넘친다. 그 결과 부상도 속출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배구 선수들의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배구 선수들을 보면 하나같이 손가락에 반창고를 하고 있다. 두 손가락(주로 3, 4번째)을 같이 묶어 놓고 있거나(buddy taping), 엄지손가락에서 새끼손가락까지 모두 칭칭 감고 있고, 어떤 경우는 엄지손가락을 거쳐 손목까지 감고 있다. 손가락이나 손에 감았으니 당연히 해당 부위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부상은 블로킹할 때 생긴다. 손가락 사이 관절이 삔다든지, 탈골은 물론 골절까지 생기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수들은 손을 상대편 네트 위로 넘기면서 블로킹을 하거나 손가락에 반창고를 칭칭 감는다.

사실은 반창고가 아니라 스포츠 전용 테이핑(C-tape·순면으로 돼 있음)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편 공격수는 터치아웃을 유발하기 위해 블로커들의 손가락(손바닥이나 손목 쪽으로 향하면 블로킹 당하기 쉽다) 끝을 향해 스파이크를 날리므로 손가락이 과하게 뒤로 꺾이는 경우를 겪게 된다(손가락이 휘청거리는 모습은 TV 중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공격수 역시 마찬가지다. 손끝으로만 스파이크하는 경우 인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는데, 이를 '망치 손가락'(mallet finger)이 발생한다고 표현한다. 이와 같은 심각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계속 손가락으로 스파이크하게 되면 손가락 피부가 갈라지게 되고 칼에 베인 것처럼 굉장히 따갑고 쓰리다. 테이핑의 주목적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유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유도는 잡기의 게임이어서 상대방의 도복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도복이 워낙 두꺼운 탓에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모조리 부러져 나가거나, 휘어지고, 빠지게 된다. 손가락이 삐는 것도 다반사다. 그런데다 도복을 잡고 있는 손을 상대편 선수는 손으로 뿌리쳐 놓치게 해야 하며, 서로 도복 잡히기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잡거나 뿌리치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손가락이나 손 부상이 생긴다. 역시 테이핑이 필요한 장면이다.
 
 
2013. 04. 09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