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신사가 평소 파크골프를 즐기는데, 최근 손을 떨어 운동이나 식사 때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사회생활을 하기에도 너무 불편하다면서 진료실을 찾아왔다. 증상이 심하면 손만 떨리는 게 아니라 머리가 떨리는, 이른바 체머리 떠는 증상까지 생기거나, 심지어 파킨슨병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터라 걱정을 하고 있었다.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박상은 교수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동의대한방병원 제공
수전증(손의 떨림), 체머리 떨림(머리의 떨림)처럼 신체가 떨리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본태성 진전(震顫), 파킨슨병, 약물 유발성 떨림, 다발성 경화증 등이 있다. 진료 현장에서 떨림 증세로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본태성 진전과 파킨슨병으로 진단받는다.
파킨슨병에 의한 떨림의 특징은 휴식 시 떨림이다. 이외에도 경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자세 불안정 등의 운동 증상이 나타난다. 걷기 어려움, 불안정한 보행, 발음의 변화, 표정 변화, 저림, 우울증 등도 동반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80대 환자는 휴식 상태에서는 증상이 덜하고 손이나 팔을 사용하거나, 물건을 잡을 때 떨림이 심해지는 양상이었으며,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본태성 떨림이었다.
본태성 떨림은 통상 나이 들면서 발생하는 흔한 신경학적 질환이다. 손 등 신체 부위에서 비자발적인 떨림 증상을 유발한다.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첫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그러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비자발적인 떨림이며, 그 외에도 여러 증상이 동반할 수 있다. 손 팔 머리 목, 심지어 말소리도 떨릴 수 있다. 물건을 들거나 글씨를 쓸 때 떨림이 심해진다. 떨림은 보통 정신적 스트레스나 운동 시 더 악화한다.
국제파킨슨운동질환학회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양쪽 상지의 활동 떨림 ▷3년 이상의 유병 기간 ▷머리 목소리 하체 등 다른 부위의 떨림이 동반되거나 동반되지 않음 ▷근긴장이상 소뇌실조 파킨슨증 같은 다른 신경계 증상이 없음 등의 경우 본태성 떨림으로 진단한다. 떨림의 양상, 동반 증상의 유무 등을 확인하는 것도 진단에 필수이다.
본태성 떨림의 한의학적 치료는 기혈의 흐름을 개선하고 신경계의 안정화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기혈이 부족하거나 흐름에 장애가 생기면 신경계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이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본태성 진전은 증상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나 불안은 떨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명상 요가, 깊은 호흡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좋다. 균형과 근력을 키울 운동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카페인과 같은 자극적인 물질은 떨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과도한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앞선 사례의 80대 환자는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현재 침 한약 조구등약침을 통한 치료로 손의 떨림이 호전됐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 증상 관리를 하며 체머리 떨림에 대한 걱정없이 파크골프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