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카플란(Jerry Kaplan) 박사가 최근 출간한 ‘인간은 필요 없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도로를 운행하는 차들의 75%가 자율주행차량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의료 현장에서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각종 장비가 도입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향후 의료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충분히 생각해 볼 주제이다. CT·초음파·MRI 검사를 판독해주는 IBM 왓슨, 암세포 조직을 판독해주는 AI 등은 국내 대형 병원들을 중심으로 이미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필자가 몸담고 일하는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로봇은 이미 상용화 단계를 넘어 필수기기로 인식되고 있다. IBM과 구글 또한 AI 개발 분야에서 의료를 핵심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본격적인 발전이 이뤄진다면 의료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의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가능한 미래 의료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예컨대 채혈을 도와주는 첨단 기계, AI를 이용해 병변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MRI검사도 상용화될 것이다. 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경험 많은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기술의 발달로 골절 수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정확해지고, 파열된 인대를 봉합해주는 첨단 기계도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검사와 진단, 수술도 상당 부분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면 과연 미래의 의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첨단 기술이 의료에 도입되더라도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의사의 영역이 상당 부분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디까지나 치료의 본질은 질병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는 주된 증상은 통증인데, 과연 통증이란 무엇인가? 어느 학술단체에 따르면 통증은 실제로 있거나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관련된 불쾌한 느낌 또는 감각적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통증은 인체의 장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관절염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에 반응하는 뇌의 해석이 인간이 느끼는 진정한 통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질병이 치료되더라도 마음의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환자는 만족해 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감성적이어서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이 없다면 환자는 좋은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더 완벽한 치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반드시 만족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에 유능한 의사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는 의사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 싶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가 더 활발해지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는 의사가 유능한 전문의로 평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가 더욱 좋은 의사로 평가 받지 않을까. 결국 의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