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메트로적추병원 정형외과 원장
[진료실에서] 스노보더, 넘어지는 법 몰라 다친다
이달 초 30대 남자 환자가 양측 손목 손상으로 내원했다. 한쪽은 요골뼈 골절, 한쪽은 손목의 주상골이라는 중요한 뼈의 골절이 확인돼 수술 치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겨울 스포츠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는 사고로 이 같은 골절을 입었다.
스키는 오랜 역사와 함께 기성세대의 고급 스포츠로 성장해온 데 비해 스노보드는 미국의 사냥꾼들이 산에서 내려오기 위해 판을 사용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졌다. 짧은 역사와 함께 거칠고 자유스러운 스릴감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스포츠로 인기다. 그러다 보니 스노보드의 장비, 기술 및 안전에 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한 초보 보더들이 많아지면서 부상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대한견·주관절학회(어깨, 팔꿈치학회) 조사 결과 국내 스키 손상은 1000명당 6.4명, 스노보드 손상은 1000명당 8~16명으로 보고돼 스노보드 손상이 스키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년 미만의 초급자의 손상 빈도가 중급자 및 상급자보다 2~3배 많고, 초급자 손상자의 2분의 1은 강습을 받지 않았고, 3분의 1은 처음 탔다. 강습을 받지 않은 초심자의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스노보드 손상은 주로 충격에 따른 타박상이 많고, 보드와 부츠가 분리되지 않아 팔을 뻗은 채로 뒤로 넘어질 때 후방으로 추락하면서 상지의 손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또한, 스키에 비해 척추나 두부의 손상 및 골절 빈도가 높고, 비교적 부드러운 바인더를 이용한 탓에 하지에서 슬부 손상은 적었으나 족관절부 손상이 많이 생겼다. 초심자의 골절, 뇌진탕, 탈구, 인대 파열, 치아 손상 등이 경험자보다 배 이상 많다. 이는 균형을 잃었을 때 자세나 넘어질 때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부족할 뿐 아니라 초심자 대부분이 장비를 빌려 이용하는 실태와 연관 지어 볼 때 부적절한 바인딩으로 인한 보드의 이탈 강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회 조사 결과 초심자는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보다 추락하거나 혼자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스노보드는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스피드를 즐기는 스키와 달리, 하프파이프 점프대 등을 이용한 트릭을 즐기므로 숙련도와 함께 어떤 종목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손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회는 관절 보호대와 헬멧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해 손상 위험을 줄이고, 초심자들을 위한 안전교육과 안전한 슬로프 확보 및 강습 프로그램 확충 같은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또 인파가 몰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주말이나 오후 시간대에 더욱 조심하고, 적절한 휴식으로 피로를 풀고, 개인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7년 2월 14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