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총 게시물 231건, 최근 0 건
   
아름다운 소통 문화를 위해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11-01 (화) 09:42 조회 : 740


[송철수 좋은삼선병원 병원장]

< 아름다운 소통 문화를 위해 >

브라질 격언에 '우리는 남의 실수는 검사의 입장에서, 자신의 실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판단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데 인색하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는 소통 부재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한다. 20, 30대와 50, 60대가 소통이 되지 않고 심지어 같은 세대들끼리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는 서로 신뢰가 없기 때문일 거다. 신뢰가 없으면 오해와 갈등이 생기게 된다.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도 곡해를 할 수 있다. 특히 세대 갈등은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시대의 어려움과 역사적인 교훈이 제대로 젊은 세대에 전승되지 못하고, 반대로 청년세대의 능력, 투지 등의 장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불행이며 막대한 갈등해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먼저 내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 대부분이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까지 진료만 하는 외길 인생을 살아왔기에 병원에서 생기는 소통 부재에 관해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한다. 먼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몇 년 전에 대장용종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앞으로 일주일간 과도한 식사와 과격한 운동을 피하세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환자는 5일 만에 혈변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병력을 조사했더니 용종절제술을 받은 3일 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한다. "과격한 운동을 자제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환자는 "마라톤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나에게는 전혀 과격한 운동이 아니다"고 했다. 극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일을 계기로 '환자에게 절대 추상적인 말을 하면 안 되겠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평가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적인 집안 일이나 직장 일, 산보 등은 가능하나 달리기, 등산, 골프 등은 일주일 정도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낯선 마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와 같다. 병원에서의 설명과 상담도 마찬가지다. 이전 방문 시 자세히 설명을 드렸는데 오늘 외래에서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환자는 분명 상담을 하고 돌아갔으나 낯선 마을에 온 방문객처럼 곧 잊어버린 것이다.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한 설명에 환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환자와 상담을 할 때에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메모지에 적어주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환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며 상대방과 공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나의 실수는 검사의 입장에서, 남의 실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함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소통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2016년 11월 1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