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부산세바른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척추전방전위증을 아시나요?
52세 남자환자가 일어나거나 몸을 뒤로 젖힐 때 허리와 다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본 결과 척추관협착증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허리뼈 4번이 심하게 앞으로 빠져 있는 척추전방전위증이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S자를 이루어야 할 척추뼈 일부가 앞으로 휘어지는 질환이다. 노화로 디스크가 약해지면서 후관절이 척추뼈를 잡아주지 못하면 척추뼈가 앞으로 밀리게 된다. 허리디스크·척추관협착증과 함께 3대 척추 질환으로 불리지만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 환자는 "처음 들어보는 병"이라며 당황스러워했다.
환자의 걱정에 가장 좋은 약은 '질환과 치료법에 관한 바른 정보'. 그에게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충분히 설명했다. "척추뼈가 저렇게 앞으로 밀려 있는데 어떻게 제가 서 있을 수 있죠?" 검사 결과를 살펴본 환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척추는 척추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가능합니다." 사실이 그렇다. 우리 몸의 척추는 근육과 인대 등 주변 조직에 의해 고정돼 있으므로 당장 미끄러져 내릴 것 같은 상태의 분리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척추뼈가 비정상적인 구조로 압력을 받게 되면, 정상일 때보다 근육과 인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손상을 더 받는다는 뜻이다. 디스크와 주변 관절에도 무리가 가서 관절과 인대가 비대해지면 척추관이 좁아져 척추관협착증까지 발생하게 된다. 다른 척추 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적합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는 "그러잖아도 어렸을 때부터 허리가 좋지는 않았다"며 10대 때부터 가끔 허리가 아프곤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통증이 오래 가지 않았고, 으레 무리하면 아프겠거니 생각해 며칠 쉬면서 고비만 넘겨왔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허리뼈분리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는 마비가 찾아오지 않아서 비수술 치료부터 진행해보기로 했다. 허리뼈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주는 운동치료를 제안했다. 치료 초기부터 회복되는 것 같다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한 달 정도 지나서였다. 부쩍 수척해진 얼굴로 걸을 때 다리가 당기는 듯 아프고 허리보다 엉덩이가 더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병원에 오지 못한 사이에 상태는 악화됐다.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주파수핵감압술과 프롤로테라피를 진행했다. 네 번의 치료를 받고 통증이 사라지고 불안정성도 많이 줄었다. 일상에서 통증을 조절하며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특히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유사하므로 환자들이 자가 진단으로 오인하고 병을 키워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어긋난 정도가 작을수록 치료가 쉬워 초기에 정확한 검사와 함께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11월 29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