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헌 웰니스병원 의무원장]
< '먹방' '쿡방' 고도비만 환자에겐 '독' >
최근 자극적인 음식방송인 '먹방'과 '쿡방' 열풍은 다이어트를 권하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두뇌와 인지저널'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먹방은 비만 유발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화려한 음식과 과다 포식 영상에 노출돼 있는 현대인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시각적으로 허기를 느끼고 식탐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비만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자신의 표준체중보다 50% 과체중인 사람의 조기사망 위험성은 정상인보다 2배나 높다라는 보고가 있다. 여기에 당뇨나 고혈압이 동반되면 그 사망률은 5~10배로 높아진다.
국내 고도비만 인구 비율은 지난 10년간 1.6배 증가했다. 비만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5.9%, 즉 17명 중 1명꼴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까운 미래의 인류 건강의 적은 암이 아니라 비만이 될 게 확실하다. 특히 고도비만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이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데도 시민들은 물론 의사들까지 고도비만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고도비만을 치료한다고 하는 나조차도 다른 질병으로 찾아온 고도비만 환자에게 자존심이 상할까봐 증상만 물어보고 그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으니 말이다.
2년 전 가수 신해철의 죽음으로 국내 고도비만 치료에 암흑기가 찾아왔다. 사회와 언론은 고도비만 수술은 위험한 수술이며, 그 가수를 수술한 의사가 똑같은 수술로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었다며 고도비만 치료의 취지와 방향을 왜곡변형시켰다. 참고로 신해철이 받은 수술은 위밴드 수술이며, 다른 외국인이 받은 수술은 위 소매절제술이다. 둘 다 FDA나 세계 각국의 외과학회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수술이다. 무엇보다 신해철의 사망과 위밴드 수술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여러 선진국에 비해 국내 고도비만 관련 수술 도입은 늦었을 뿐 아니라 특히 위밴드 수술의 경우 미용수술로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사실 고도비만 환자뿐 아니라 단순비만인도 그 수술을 많이 받았다.
비만은 내과적인 생활습관병으로, 고도비만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외과적인 병으로 구분돼 있다. 단순 비만인들의 외모에 대한 열망과 의사들의 적응증을 무시한 위밴드 수술, 그리고 언론을 통해 홍보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소위 '쇼 닥터'들의 욕심이 한데 어우러져 국내 고도비만 수술을 걸음마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시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으면 건강해지는지'에 대한 먹방이 중요하다. 요즘 마구잡이로 방송되고 있는 '비만 유발 먹방'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유식단'은 꼭 시정돼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방송의 공익성이 아니겠는가.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