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세바른병원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 척추 치료법 신뢰가 회복속도 높여 >
환자로부터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제가 자주 가는 척추 관련 인터넷 카페가 있어요. 거기서 순전히 운동만으로 디스크가 완치됐다는 글을 봤어요. 6개월 정도면 된다는데 저도 해보면 안 될까요."
이런 질문은 참 곤란하다. 환자가 얘기하는 운동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를뿐더러, 안다고 해도 '하라, 하지 마라'를 결정해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왜 이런 질문을 할까 되짚어보면, 진짜 묻고 싶은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치료가 최선입니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치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례로 척추 치료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염증 치료인데, 환자들은 이 긴 치료과정에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많은 척추 질환은 염증 반응을 동반한다. 디스크가 찢어지거나 금이 가서 혹은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상돼도 염증이 생긴다.
척추의 염증은 피부처럼 위로 부어오를 수 없는 구조이다. 안에서 부으면 압력이 올라가 염증 부위를 더 심하게 압박한다. 디스크가 탈출됐을 때 신경을 누른다고 하는 것은 탈출된 디스크가 누르는 것도 있지만 염증 반응에 의해 부은 조직들이 신경을 누르는 것도 있다. 피부에 상처가 생겨 아물면 흉터가 남듯 척추에도 염증이 아물면서 흉터가 생기는데, 염증 반응 이후 흉터 조직이 생기면서 신경을 더 압박하고 한 번 생긴 흉터는 염증이 가라앉아도 계속해서 남는다. 염증의 만성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척추 치료에 있어 염증 반응을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보존적 치료는 이러한 염증 반응을 낮추는 데서 출발한다.
의사들이 치료를 하는 데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환자들에게 이런 설명을 일일이 다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믿고 처방을 따라주는 환자들이 고맙기도 하다.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의미 있는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비교적 회복 속도가 빠른 환자들은 의사의 치료를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몸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을 통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시술 후에도 잘 회복됐다. '믿을 수 있는 의사, 믿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생각이 환자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배우게 된다.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을 때 갖가지 걱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과 적합한 치료를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당부하자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 원칙과 방법에 동의했다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적극 임하기를 바란다. 환자 자신에게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2일 화요일
국제신문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