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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겉과 속이 다른 하지정맥류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08-16 (화) 14:04 조회 : 1023


[전진원 청맥외과 원장]


< 겉과 속이 다른 하지정맥류 >

보이는 것을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정맥류가 딱 그렇다. 하지정맥류라고 철석같이 믿고 찾는 이는 아니고, 혹시나 싶어 문을 두드린 이는 맞다.

하지정맥류는 만성적인 혈관 부전 현상으로, 다리로 내려갔던 혈류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심장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다시 역류함으로써 발생한다. 정맥벽의 변화, 판막의 부전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아무래도 여성에게 좀 더 많이 나타난다. 유전적으로 여성이 좀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임신, 여성 호르몬의 영향도 없지 않다.

만성적인 병의 대부분이 그렇듯 하지정맥류도 처음에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어서면 구불거리는 혈관이나 염증, 습진 등을 유발한다. 남자들은 보통 튀어 나와야지만 자각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민감한 여자들은 붓고 피곤해서 혹시나 싶어 검사라도 하러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와 표현이 다양해 '혈관초음파'라는 객관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확진을 하게 된다. 즉 겉으로 보는 것으로 병의 진행 정도와 임상적인 증상을 100%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정맥류에 딱 부합된다.

우리 사회도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엄청 많다. 연일 보도되는 검사 비리사건을 보면 실망감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지도층으로서의 도덕적 책임을 가져야 할 그들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에 그들도 사람이니깐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기관의 부재와 미온적인 처벌로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그들이 속으로는 염증이 생겨 온몸 전체를 병들게 하는 하지정맥류와 뭐가 다른가 생각해본다. 상수도가 있으면 하수도가 있고 상행선이 있으면 하행선이 있듯 사람 사는 세상에선 뭐든 음양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염증이 있는 혈관의 혈장과 염증세포는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성질이 있다. 부정을 일삼는 공직자들의 이런 행태가 정맥류의 염증하고 똑같다. 균형있게 돌아야 할 순환이 이런 이유로 한 곳에 머물러 있게 되고 결국 몸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정맥류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고장나고 변해버려 약도 듣지 못하는 혈관은 과감하게 제거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이런 수술 제도가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나라가 삼권분립 국가라고 학교에서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지금의 행태를 보면 그런 말이 왜 있나 싶다. 나라도 하지정맥류의 악성 혈관을 깔끔하게 제거하는 수밖에.


2016년 8월 16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